[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신앙과 건강

입력 2013-01-11 17:30


수십 년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내내 가졌던 의문은 과연 신앙생활을 하면 믿지 않는 다른 사람들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아주 막연한 의문이었다. 믿음, 즉 신앙이 육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믿음이란 ‘종교적 신념(religious belief)’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신념이 위(하나님)를 향한 신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종교적 믿음을 일명 신앙(信仰)이라고 하는 것이다. 종교적이 아니더라도 믿음 혹은 신뢰감은 사람에게 평안함을 준다. 어린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며 엄마나 아빠가 없을 때 즉시 울음을 터트리게 마련이다. 자기를 지켜줄 믿음 혹은 신뢰의 대상이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어린 아이의 마음속에는 평안함을 잃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늘 함께 계신다는 확실한 믿음이 우리에게 있을 때야 그 평안함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마음의 평안함을 잃은 상태를 우리는 불안한 상태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사람이 불안함을 느낄 때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보면 마음의 평안이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체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즉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운동체계, 소위 뼈와 함께 붙어 있는 근육에 의한 운동체계가 그 첫 번째이고 우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불수의적 운동체계가 그 두 번째라고 할 수 있다. 불안함과 관련하여 작동되는 운동체계는 후자의 불수의적 운동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운동체계를 좀 더 유식하게는 자율신경계라고 한다.

자율신경계는 에너지를 방출하려는 방향의 운동을 추진하는 교감신경계와 에너지를 어떻게 해서든지 보존하게 하려는 부교감신경계로 나눌 수 있다. 조물주이신 하나님께서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가 서로 적절히 조화되어 사람의 삶이 보다 나아지도록 이러한 정교한 장치를 우리 몸속에 장착하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무언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교감신경이 우세하게 작동되어야만 하는 상황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쓸데없이 그것도 너무 자주 심장 박동이 증가되고 말초혈관의 수축에 의한 고혈압이 야기되는 상황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교감신경의 지배가 우세한 나머지 소화기관이 거의 막힌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운동을 멈추게 되고 시시각각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각종의 스트레스들이 쉼 없이 우리를 교감신경의 지배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교감신경의 작용을 매개해주는 물질인 아드레날린은 그 자체가 심하게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암에 대해서 무방비하게 만들며 감염에 대해서 또한 무방비하게 우리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따금 발휘되는 교감신경계의 작용은 우리를 늘 새로운 상태에 있게 하지만 너무나 자주 그것도 지배적으로 우리를 교감신경계 아래로 몰아넣는 것은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보게 된다. 어차피 우리는 다원화 사회, 스피드를 요하는 복잡한 시대, 쉽사리 풀기 어려운 문제들과 직면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즉 항상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곁에 서서 우리와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언제나 쉽사리 교감신경계의 지배에서 벗어나 부교감신경계와 교감신경계가 적절히 조화된 상태인 평안의 상태(안식)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데살로니가전서 5장의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들지 않더라도 믿음으로 인해서 항상 기뻐하고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드리는 기도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늘 감사하는 삶을 사는 자에게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적절한 조화에 의해 우리 몸이 최상의 조건 속에 놓이게 되는 것을 실제 삶 속에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