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 나누며 화기애애 ‘밀월’ 예고… 朴 당선인, 中 특사 접견 안팎
입력 2013-01-10 19:45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 방화범 류창(劉强·38)이 최근 우리 법원 판결로 고국인 중국에 가게 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에 앞서 한·중 밀월관계는 사실상 시작됐다. 차기 정부는 대미(對美) 편중외교란 비판을 받은 이명박 정부보다 대중(對中) 외교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1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중국 정부 특사인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부부장의 면담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기념촬영을 준비하며 박 당선인이 먼저 “어디에 서야 하나요. 마음대로 못 서나요”라고 농담하자 장 부부장 일행은 웃음을 터뜨렸다.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넨 장 부부장은 “당선인께서 중국어를 잘하신다고 들었다”며 서툰 한국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했다. 이어 머쓱한 듯 “제가 잘하는 한국어는 ‘감사합니다’밖에 없다”고 하자, 박 당선인은 “그게 제일 중요한 문장이다. 어디서나 통하지 않겠느냐”고 답한 뒤 중국어로 “신녠콰이러(新年快樂)”라며 새해 인사를 건넸다.
박 당선인은 “한·중 수교 20년간 양국관계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위한 공동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며 “새 정부 출범을 통해 양국 신뢰관계가 더 심화되고 역사·문화 등 인문 분야뿐 아니라 청년들의 교류를 통해 동반자 관계를 더 내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또 좋은 친구 분들도 많이 알고 있다”면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를 거론하며 안부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 당선인의 외교 분야 대선공약은 ‘한·미 관계 강화, 한·중 관계 업그레이드’였다. 미국과는 현 상황을 유지하고 중국과는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한·중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많다. 영토분쟁에서 일본을 ‘공동의 적’으로 인식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당위론에 동의한다. 여기에 ‘중국통’인 박 당선인의 개인 인연도 작용해 대중 외교는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EBS 교재로 중국어를 익혔다. 시 총서기는 저장성 당서기였던 2005년 방한 때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당선인과 오찬을 했다. 1시간 예정이던 오찬은 2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미국이 15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한반도 정책 담당자를 한국에 보내는 것도 중국 특사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한·미·일 동맹 강화로 인한 중국 고립정책을, 미국은 일본과 대척점에 있는 한·중 공동전선을 각각 우려하고 있다”며 “양국 핵심인사들의 잇단 방한은 차기 정부의 G2(미·중) 외교가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유성열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