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 정책용역 분석] ‘左석훈·右종범’에 물량 집중… 공직사회 보험들기

입력 2013-01-11 05:06


정부가 발주하는 정책용역 연구는 학계에 뿌리는 ‘선물’이다. 공무원들이 정책을 추진할 때 논리적 타당성을 얻기 위해 대부분 거치는 과정이 정책용역 연구다. 대학 교수들은 논문뿐만 아니라 정부 연구를 얼마나 수주했는지도 중요 항목으로 평가받는다.

교수 출신 대통령직인수위원 가운데 정책용역 수주 1·2·3위에 오른 안종범 강석훈 김현숙 위원은 모두 경제학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맡은 용역 대부분은 복지나 분배를 강조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차기 정부 국가 어젠다를 설정하는 국정기획조정분과의 강 위원은 통계학 및 계량경제를 전공한 숫자 전문가로 최저임금과 빈곤정책, 고용정책을 세입의 한계를 고려해 실현 가능한 것들 위주로 진단했다. 고용복지분과 안 위원 역시 재정 전문가로 특히 재정이 뒷받침되는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 구상에 계속해서 살을 붙여 온 인물이다. 특히 강 위원과 안 위원은 2007년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으로 맞붙을 때부터 정책을 보좌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당선인이 주저 없이 자문을 구한다는 측면에서 ‘좌석훈 우종범’이란 말도 나온다. 한국조세연구원 출신인 김 위원은 보육과 여성 문제를 재정 관점에서 분석해 왔다.

정부 연구용역이 집중됐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공직사회에서 일찌감치 이들을 차기 정부의 ‘브레인’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시기에 4∼5건의 연구용역을 동시에 추진했다는 점에서 보고서의 질과 관련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정책연구시스템 담당자는 10일 “연구 시기가 겹쳐도 보고서의 질만 우수하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안 위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정학회장을 해서 대표 연구 실적이 많은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박 당선인이 2010년 창설한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 출신 교수들의 연구용역도 눈에 띈다. 최성재 이승종 서승환 안상훈 옥동석 최대석 인수위원 등이 미래연 소속이다. 2∼8건씩 연구를 수주했다. 외교국방통일분과 최대석 위원의 경우 2009년 7개월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10년간 대북교류 경과와 성과를 총정리하는 용역을 담당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과 함께 수행한 이 연구에서 그는 민간 차원의 대북화해 정책을 우선 강조했다. 새 정부에서 민간 차원의 대북 접촉부터 시작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이한 연구용역도 발견됐다. 정무분과 간사를 맡은 박효종 위원은 지난해 ‘초·중·고 교과서 나라사랑 교육내용 분석’이란 연구를 2900만원에 수주했다. 여기서 그는 유달리 애국심을 강조했다.

반면 같은 정무분과 장훈 위원은 연구용역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활동 경력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이혜진 위원도 수주 실적이 제로다. 핵공학자 출신인 교육과학분과 장순흥 위원도 정책연구시스템 상에서의 실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성규 김나래 김아진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