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앉히려 점수 조작, 형질변경 멋대로… 비리·부정·특혜 지자체는 ‘복마전’
입력 2013-01-10 21:32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비리 행위가 감사원 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비위 유형도 다양해 지자체의 업무 전반이 후진국형 비리로 얼룩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해 5∼6월 60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에서 190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10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대전 중구청장 등 9명을 직권남용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공무원 94명에 대해서는 소속기관에 파면과 해임, 강등, 정직 등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은 2010∼2011년 3차례에 걸쳐 자신의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성적평정(근평) 순위 변경을 지시했고 당시 도시국장이 인사의 부당성을 제기하자 타 기관으로 강제 전출시켰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은 2010년 8월 국회의원 시절의 비서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 자격을 변경했고, 1년 뒤에도 이 비서를 승진시키려고 또다시 채용 자격을 바꿨다. 서울 중랑구청장은 2005∼2008년 기능직·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전 구의회 의장의 딸과 전 한나라당 당원 아들 등을 채용하기 위해 이들의 점수는 부당하게 높이고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낮췄다.
인허가 분야에서도 지자체의 안하무인은 여전했다. 충남 아산시의 강희복 전 시장은 재임시절인 2010년 6월 골프장 설치가 금지된 농림지역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했고, 부산시는 2011년 3월 롯데로부터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호텔로 계획된 107개층 가운데 35개층을 공동주택으로 허용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라고 부당하게 지시했다.
계약·회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북 문경시는 2009년 12월 펜션 부지 1만2026㎡를 정당한 평가액보다 4억8400만원가량 싸게 매각했고, 충북 진천군수는 2011년 6월 영농조합에 지원할 보조금 6억7200만원을 사채업자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보증각서를 제공했다.
강원도 홍천군은 2009년 12월 홍천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시공사가 허위로 설계 변경한 것을 묵인했고, 경기도 부천시는 노후 상수도관 개량공사를 하며 성능이 떨어지는 공법을 채택해 3억여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해당 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
심지어 소방방재청의 한 직원은 2010년 지자체 공무원에게 고향 선배가 경영하는 업체에 재난복구비를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복구비가 1억8300만원으로 확정되자 국가시스템에 몰래 접속해 복구비를 3억2600만원으로 조작하기까지 했다.
김영호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지자체의 부정부패가 전국적으로 만연된 현상임이 드러났다”며 “지자체의 토착비리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4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2차 종합감사를 실시했으며 여기서 드러난 비리행위에 대해서도 조만간 엄중한 징계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