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백인 남자들 잔치’

입력 2013-01-10 19:37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이 난항을 겪던 지난달 2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오바마의 참모진 11명이 모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의 협상 진척을 위해 선임보좌관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모인 보좌관 11명 중 여성은 단 한 명, 흑인도 한 명에 불과했다.

역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요직에서 인종적 다양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장관과 백악관 보좌진 등 차기 행정부의 ‘이너 서클(inner circle)’을 백인 남성이 독식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지난 연말 집무실에 모였던 대통령 보좌관 면면이 이런 현상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2기 행정부 장관으로 지명됐거나 유력한 후보군을 보면 ‘백인 남성만의 리그’는 더욱 뚜렷해진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으로 이어지던 여성 국무장관 계보는 백인 남성 지명으로 막을 내렸다. 국방장관 역시 유력 여성 후보였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을 제치고 백인 남성이 차지했다. 행정부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재무장관직도 백인 남성 제이컵 류 백악관 비서실장이 낙점을 받았다. 그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케네스 체놀트 회장(흑인)을 눌렀다. 여기에 히스패닉계 여성 힐다 솔리스 노동부 장관은 이날 사임했다.

그나마 현 시점에선 류 실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낸시 앤 드팔, 알리사 마스트로모나코 백악관 비서실 차장 정도가 여성이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흑인), 캐슬린 세벨리우스 보건장관(여성),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아시아계) 정도가 유임돼 여성 및 소수인종 장관의 명맥을 잇게 됐다.

신문은 현 추세라면 2기 행정부의 장관 지명자가 1기 여성 비율(43%)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컨설턴트 트레이시 세플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 명의 여성을 거론하지만, 실제 후보군에 오른 인사는 더욱 많은 숫자의 백인 남성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여성칼럼니스트 로자 브룩스는 ‘여성 출입금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선거전에서 여성 표심에 호소했던 오바마가 정작 국가안보 및 외교정책팀은 백인 남성으로만 채웠다고 지적했다. 국무·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국가정보국(DNI) 국장,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합참의장 등이 모두 백인 남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1기 행정부의 다양성 기조에서 한층 퇴보한 것으로, 오바마의 남성 위주 행정부에는 여성 호르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브룩스는 강조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