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일행 방북 결과] 전문가 반응 “미국정부와 사전 조율 안돼 본격협상 단초는 찾았을 것”

입력 2013-01-10 19:30

국내 북한·탈북 전문가들은 10일 북한에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일행에 빠져있자 실망감을 나타냈다. 방북단이 ‘케네스 배 구하기’에 안일하게 접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통일연구원 허문영 선임연구위원은 “배씨와 관련해 어떤 성과도 없이 끝난 것은 미국 정부와 방북단 사이에 사전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며 “그런 가운데 방북단은 북한 당국과 힘겨루기만 하다가 석방 선물을 얻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그러나 “올 초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에는 대외정책의 기조 순서가 ‘자주-친선-평화’에서 ‘자주-평화-친선’으로 변화했다”며 “평화가 앞선 것은 자본주의 진영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뜻으로 보이며 이는 제2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한 당국의 가시적인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초”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방북단의 대표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통일비전연구회 김명성 사무국장은 “방북 이전부터 미국 정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던 것처럼 이번 방북단은 미국의 충분한 입장을 갖지 못했던 개인적 차원의 행동이었다”며 “향후 미국 정부의 분명한 메시지를 가진 인사가 방문할 때에는 석방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북한은 이번 방북단과 상관없이 배씨의 간첩혐의에 대한 사법 처리 절차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북단의 활동이 향후 북·미 간 본격적인 석방협상을 위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북한은 이번 방북단을 통해 미국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 했다”며 “분명히 방북단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 대표는 “이번에 (배씨가) 석방이 안 됐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며 “향후 북·미 대화를 통해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량급 인사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성과 없이 끝난 것은 미국의 의지가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은 “배씨가 석방되는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끝나 아쉽다”며 “방북단이 북한의 눈치만 보다 끝난 모양새”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