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일행 방북 결과] 한·미 새 정부 의식한 北의 ‘구애 눈빛’ 확인 성과
입력 2013-01-10 19:30
민간인 자격으로 4일간 북한을 방문했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일행의 성과는 뭘까. 관심을 모았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는 이번에 석방되지 않았으나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과 한국에 대한 구애의 눈빛을 확인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슈미트 회장이 북한에 인터넷 개방을 촉구한 점을 큰 성과로 꼽기는 했으나 너무 순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미, 남북관계 개선 강력 희망=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방북을 마친 뒤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자회담 북측 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을 만났다고 밝혔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이 부상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6자회담 재개와 같은 내용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북·미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한국의 새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고무돼 있다는 분위기도 소개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1월 “남북교류 협력 활성화를 위해 서울과 평양에 각각 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면 북한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언급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 놨다. 로켓 발사 이후 냉담해진 미국을 향해 계속적인 구애를 보내는 한편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도 남북관계 개선의지 신호를 보낸 것이다.
억류중인 배씨 석방에 관련해서는 특별한 진전이 없었다. 배씨 면담도 없었다. 다만 그의 건강이 양호하고 아들의 편지도 전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또 조만간 사법처리 절차가 시작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추방형식으로 배씨를 풀어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북한의 계속된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응이 냉담하다는 점이다. 국무부는 여러 차례 방북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었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리처드슨 전 주지사도 북한에 탄도미사일과 핵실험 유예를 지속적으로 촉구함으로써 비난을 피해보려는 모양새를 갖추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인터넷 보급 가능할까=슈미트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 문제를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인터넷 보급 확대를 시작하든지 아니면 낙후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도 언급했다.
슈미트 회장은 방북 기간 동안 김일성종합대와 평양과학기술대 등을 방문해 인터넷이나 인트라넷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봤다. 그는 평소 모든 인류가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군대, 대학에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지만 일반 대중은 사용하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슈미트 회장은 북한 당국에 북한 주민의 복지를 위해 중요한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을 늘려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하지만 슈미트 회장의 요구가 실제로 반영될지는 불분명하다. 그가 인터넷 등 IT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나 책임 있는 답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전화 사용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은 북한의 치안문제와도 직결된 것이라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는 요구다.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4월에 펴낼 IT 관련 서적 출판용 방북이라는 혹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