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3] 韓, OLED TV로 앞서가자, 中·日 UHD 기술로 맹추격

입력 2013-01-10 21:28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가전전시회 ‘CES 2013’을 기점으로 세계 IT·가전업계에 메가톤급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주인공은 동아시아 3국, 한·중·일이다. 한 차원 높은 기술로 대형화·고화질·스마트 추세로 질주 중인 TV는 변화를 이끄는 이들 국가의 주무기가 됐다.

◇4K·8K, 열도는 죽지 않았다=소문은 사실이었다. 일본 전자업계의 쌍두마차 소니와 파나소닉이 이번 CES 2013에서 풀HD보다 해상도가 4배 높은 56인치 4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공개했다. 샤프는 한술 더 떠 16배 해상도의 8K를 들고 나왔다. 한국 OLED의 아성에 우회전략으로 키운 대항마 초고해상도(UHD) TV도 수준급이었다.

CES 2013 개막 이래로 일본 업체의 부스엔 4K·8K 제품을 보려고 몰려든 관람객들의 발길이 종일 끊이지 않았다. 관람객들의 ‘Made in Japan’에 대한 신뢰, 호감도 또한 여전했다.

2세대 액정(LCD), 플라즈마(PDP) 시장을 선도해 온 일본은 OLED로 인해 적어도 3∼4년간 한국 기술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더구나 지난해 하반기 재정건전성 악화로 구조조정, 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겪게 되자 일본 전자업체들의 몰락은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방심도, 단정도 금물인 상황이 펼쳐지고야 말았다.

◇잠자던 대륙 기지개 펴다=혀를 내두를 만한 ‘짝퉁’ 천국, 둔탁한 디자인과 헐값, 뒤처진 기술이란 인식은 CES 2013에서 중국

업체 부스를 방문하는 순간 선입견이 됐다. 13억 중국은 내수 몰입의 거품을 걷어내고 일본과 한국을 정조준했다.

TCL, 하이얼, 하이센스 모두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 TCL은 110인치, 하이얼도 84인치 UHD TV를 내놨다. 심지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가 패널을 삼성전자에 공급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대만도 디스플레이업체 AOU가 소니 4K OLED 패널을 공급하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전시장 부스 크기에도 반영돼 TCL의 경우 작년보다 두 배나 부스를 키워 참가했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 권희원 사장은 “중국 업체는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굉장히 무섭다”며 “천문학 수준으로 투자하는 중국 기업의 발전 상황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아직은 중국 업체와 한국 업체의 제품 사이에 질적 차이가 있지만 기술적으로 많이 따라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지난해 CES에서 55인치 OLED TV 공개 뒤 독보적인 디스플레이 기술로 차세대 TV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된 삼성과 LG는 중·일의 예상치 못한 일격에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양사의 OLED는 플렉시블 기술과 함께 곡면(Curved)으로 업그레이드됐고, UHD도 만족할 만한 화질을 보여줬다. 100인치 대형화 TV도, 3D 기술도 중·일이 한 발 따라오면 한 발 멀어졌다. 최소 1∼2년의 기술 격차는 벌어져 있고, 상용화·양산 능력도 한국만 갖췄다.

권희원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TV 원천기술을 갖고 그간 업계를 선도해 일본의 노하우, 급성장한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아직 이들이 극복해야 할 어려운 국내 기술이 많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더 나아가 9일 삼성전자 CE부문장 윤부근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하드웨어(제품) 전쟁이 아닌 새판짜기(Rebalancing) 전쟁, 중·일과의 경쟁이 아닌 이종(異種)산업과의 경쟁을 선포했다. 윤 사장은 “올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소비자가 당장이라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제품, 시간이 흘러도 제품을 값어치 있게 만드는 ‘타임리스(timeless)’ 기술과 디자인을 다수 선보일 것”이라며 “삼성의 경쟁상대는 TV업계가 아닌 이종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