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48억 리베이트… 원장 해외여행·자녀 연수비·병원 1400곳에 뒷돈
입력 2013-01-10 19:25
국내 1위 제약업체인 동아제약이 구매대행 업체 등 에이전시를 동원해 전국 병·의원 1400여 곳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일 리베이트 규모로 역대 최대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부장검사)은 10일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거래처 병·의원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동아제약 허모(55) 전무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박모(56) 상무 등 전·현직 임원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동아제약과 공모해 리베이트를 건넨 인터넷교육방송 업체 대표 권모(39·여)씨 등 에이전시 대표 4명도 불구속기소됐다.
수사반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에이전시를 내세워 리베이트를 대납시키는 지능적인 수법을 썼다. 판촉물 구매대행업체가 병원에 인테리어 공사비용 1억원을 지급하면 동아제약이 대행업체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가장해 비용을 정산하는 식이다. 동아제약은 이런 방법으로 3000만원 상당의 내시경 관련 장비 구입비, 병원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비, 지하철·버스 광고비 등을 대신 내줬다.
11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1600만원 상당의 오디오 세트, 고가의 악기나 가구, 전자제품을 받은 병원장도 있었다. 한 병원장은 자녀 어학연수비 1400만원을, 다른 의사는 가족 해외여행비 790만원을 받기도 했다.
동아제약은 인터넷 교육방송 업체를 통해 의사에게 강의를 부탁하고 강의료나 자문료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는 수법도 썼다. 15∼20분 분량의 인터넷 강의 1편당 24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수강생은 업체 직원이었다. 한 병원 의사는 이런 식으로 15편을 제작해 3600만원을 벌었다.
동아제약 정모(44) 차장은 직원이 수사반에 리베이트 사실을 제보하려 하자 가족을 협박하기도 했다. 홍모(49) 부장 등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증거를 없애려고 전산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수사반은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까지 소환조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기소하지 않았다. 수사반은 리베이트를 받은 병·의원 관계자를 수사한 뒤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