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후 국외입양 ‘0’… 장애아동 갈 곳 없다

입력 2013-01-10 19:26

미국인 A씨 부부는 지난해 9월 한국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한국에서 입양한 첫째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곁에 한국인 동생이 있으면 외롭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첫째를 입양할 때보다 까다로워진 절차에 당황했다. 입양신청을 했지만 ‘아직 법원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말만 듣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하루 빨리 아이를 품에 안고 사랑을 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 이후 국내 입양뿐 아니라 국외 입양도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입양이 쉽지 않은 장애아동의 경우 국외로 입양될 길도 막혀 결국 장애시설에서 고아로 자라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개정 입양특례법에는 ‘국외입양은 국내입양이 불가능할 경우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입양을 활성화해 ‘영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출생신고 및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조건 때문에 국외 입양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19건의 국외 입양신청 중 단 1건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 가운데 12건은 서류를 보완하라는 보정 명령이 떨어졌다. 아이 생모로부터 ‘7일 숙려제’ 관련 서류와 법 개정 이후 변경된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지 동의서를 추가로 받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7일 숙려제’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부모가 아이를 입양 보낼 때 7일간 함께 지내며 입양에 대해 고민을 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입양신청을 담당한 대한사회복지회 관계자는 “현재 서류보완 명령이 떨어진 아이들은 법 개정 이전에 입양신청이 됐고, 현재 생모와도 연락이 닿지 않아 동의서조차 받기 어려운 상태여서 입양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국외입양 루트가 좁아지면 장애아이의 경우 타격이 더욱 심각하다. 국내에서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들은 주로 건강한 아이를 선호한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장애가 있는 아동도 많이 입양하고 있다. 2011년 기준 국외입양을 간 916명 중 장애아는 210명(22%)에 달했다. 장애아동은 대개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장애인 복지 환경이 좋은 곳으로 보내진다. 한 시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장애인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국외입양을 가면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장애를 느끼지 않고 편하게 자랄 수 있는데 이 법 때문에 그런 기회가 적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국외로 입양을 간다는 것은 국내에선 새 가정을 찾지 못한 아이라는 얘기”라며 “아이가 시설보다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은데, 법 개정 여파로 국내입양도 줄고 국외입양도 어려워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