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에 다시 넣어줘…” 나주 성폭행 피해아동 절규
입력 2013-01-10 19:26
“아저씨가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또 대리고(데리고) 갈가봐(갈까봐) 무서워요. 그 아저씨가 또 대리고 가지 못하게 많이많이 혼내주세요.”
지난해 8월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이불 보쌈’ 성폭행 사건의 피해 어린이 A양(7·초교1)이 10일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아저씨를 엄벌해 달라는 편지를 재판부에 보냈다.
A양의 편지는 오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상현) 심리로 열린 성폭행범 고모(24)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공개됐다. 재판을 방청하던 A양의 어머니 B씨(38)는 결심공판 말미에 재판부가 발언기회를 주자 떨리는 목소리로 손에 들고 있던 딸의 편지를 읽었다.
A양은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집을 나서는 B씨에게 수첩 1장을 찢어 앞뒷면에 11개 문장으로 쓴 편지를 전했다.
‘제판사(판사) 아저씨께’로 시작되는 편지에서 A양은 “엄마가 나쁜 아저씨를 혼내주러 가신다 해서 제가 편지 썼어요. 엄마가 저는 못 간대요”라고 편지를 쓴 동기를 적었다. 군데군데 맞춤법이 틀리게 썼지만 “판사 아저씨, 나를 주기려(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많이 혼내주셔야 해요.” “제가 말한 그대로 엄마께 아저씨한테 욕(하는) 편지 보내도 돼조(되죠). 제가 쓴 편지대로 소원 드러(들어)주세요. 제판사 아저씨랑 엄마랑 가치(같이) 많이많이 혼내주세요.” 등으로 엄벌을 촉구했다.
A양은 연필과 볼펜으로 번갈아 꼭꼭 눌러 쓴 짧은 편지에 “많이많이 혼내주세요”라는 문장을 3번이나 반복, 어린 마음속에 끓는 분노를 엿볼 수 있게 했다.
B씨는 편지를 읽다가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편지를 읽은 뒤엔 울음을 터뜨려 법정을 숙연케 했다. B씨는 “딸이 ‘엄마 뱃속으로 다시 넣어 달라’거나 ‘아저씨가 목을 죄던 게 자꾸 생각난다’고 말한다”며 울먹였다. A양은 4개월여가 흘렀지만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비슷한 사건을 또 겪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B씨는 “성폭행범이 (사회로) 절대 못 나왔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을 전하기 위해 법정에 왔다”며 “약물치료 중인 딸이 지금도 사건 당일처럼 비가 오면 더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B씨는 자신도 하루 3시간 이상 못 잔다고 전했다.
고씨는 이날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고, “피해자와 가족에게 죄송하다. 용서를 바란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광주지검 형사 2부 최영아 검사는 목이 멘 채 고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성충동 약물치료 15년도 부가했다. 검찰은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잔혹한 성폭행범은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고씨 선고공판은 오는 31일 오전 열린다.
고씨는 태풍 덴빈이 상륙한 지난해 8월 30일 새벽 1시30분쯤 나주의 상가형 주택에서 잠자던 A양을 이불에 싼 채 납치해 인근 영산대교 밑에서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하려 했다. 고씨는 A양이 숨진 것으로 알고 범행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A양은 의식을 회복해 땅바닥을 기다시피 집으로 가다가 이웃주민에게 발견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