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보릿고개’ 넘어라”… 글로벌 메가뱅크, 군살 빼고 아시아 공략 나섰다

입력 2013-01-10 19:11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글로벌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들이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침체에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던 주요 사업부문을 내다팔고 있다. 대신 새로운 ‘엘도라도’로 떠오른 아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뒤질세라 조직슬림화로 전열을 정비하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해외자산관리(WM)사업부와 해외카드사업부 지분을 매각했다. 세계적 투자자문사인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관리사업부문, 씨티그룹은 벨기에 씨티은행, BNP파리바는 미국·캐나다의 대출사업부문을 각각 정리했다. ING그룹도 최근 KB금융그룹이 인수에 나섰던 ING생명보험 한국법인을 포함해 아시아 및 미국보험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알토란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미리 총알을 마련하자는 포석이다. 경영 악화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해 두고, 위기 이후 열리는 시장에 자금을 쏟아 붓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사업도 고위험인 투자은행(IB) 업무 대신 이익은 적어도 위험 부담이 작은 소매부문(리테일)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과 자산관리부문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강자들은 고액자산가 그룹이 급성장하는 데다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세계 고액자산가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4%에서 2015년 20%로 확대될 것”이라며 “다만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했던 일본 부자들의 비중은 같은 기간 11%에서 9%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금융산업의 일본 쏠림현상이 줄어드는 대신 전체 아시아 지역이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아시아는 글로벌 금융전쟁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이미 글로벌 메가뱅크들은 발 빠르게 아시아 공략에 들어갔다. 글로벌 은행의 지역별 자산 가운데 아시아 비중은 2007년 21.9%에서 지난해 33.5%로 크게 올랐다.

국내 은행들도 치열한 전투에 나설 태세다. 우선 연말 인사에서 영업력 강화를 중심에 두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부 부서를 축소하는 등 몸집도 가볍게 했다. KB국민은행은 1개 본부와 2개 단, 4개 유닛을 줄였고 외환은행은 서울지역 영업본부 1곳과 본점 6개부를 축소하는 등 모든 은행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또한 해외시장으로 빠르게 시선을 돌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중국 교통은행, 스페인 BBVA은행,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은행 등과 제휴를 맺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주요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팔성 우리금융회장은 “유럽 등 선진국에도 진출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중국은행,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독일 도이치방크, 호주 ANZ은행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