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중기획-한국교회 근본으로 돌아가자] (2) 예배
입력 2013-01-10 20:52
목사님 설교만으론 왠지 허전한 예배… 성만찬·복음 회복해야
지난 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교회 주일예배에 3000여명의 청년이 참석했다. 이들은 집례자의 인도에 따라 30여분간 찬양을 부르고, 겨울 선교와 교회 현안 등에 대해 기도했다. 이후 예배는 담임목사의 설교에 이은 축도로 마무리됐다. 현대 한국교회에 통일된 예배 형식은 없다. 하지만 교회의 규모나 교단에 무관하게 찬양, 기도, 설교, 축도의 큰 틀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요즘 교회에서 성만찬은 1년에 많아야 10여 차례 경험하는 ‘특별 이벤트’가 돼 버렸다. 서울의 한 중형교회에 다니는 이모(41·여) 집사는 “성찬의 의미는 알고 있지만 주일 예배에서는 거의 경험하기 힘들다”며 “지난해 성찬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예배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설교는 전적으로 목회자의 재량에 속한다. 주제는 천차만별이다. 지방의 한 소형 교회에 출석하는 김모(50·여) 권사는 “요즘은 (기독교) 방송에서도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는 설교는 보기 힘들어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며 “성경 중심으로 설교하는 목회자의 설교를 인터넷으로 따로 찾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예배관행이 예배의 근본과 본질, 핵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성만찬의 회복과 기독교의 기본 원리에 집중한 설교를 통해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신대 예배학 겸임교수 주승중(주안장로교회) 목사는 “언젠가부터 한국교회의 예배는 목회현장에서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한 수단이자 하나의 목회 프로그램으로 생각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예배의 주체이자 대상인 하나님께서 예배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인간이 예배의 중심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한국교회의 예배가 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예배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만이 증언되고 선포돼야 하며 적어도 월 1회 이상 주일 예배에서 성만찬이 거행돼야 예배의 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환 실천신학대학원 예배학 교수는 성만찬 회복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제기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 예배의 문제는 설교 중심주의에 있다”며 “한국교회는 부흥의 물결이 일던 1960∼70년대 쉽고 간결하게 복음의 핵심을 알려주고 회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금과 같은 설교 중심의 예배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설교가 결국 예배를 대체하면서 설교자가 교회를 대표해 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초대교회 예배의 중요한 핵심은 모여서 말씀을 듣고, 성만찬을 하고,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예배의 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성만찬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기연 서울신대 예배학 교수는 “예배의 근본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을 지금 이곳에서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이라며 “성만찬은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을 가장 농축적으로 드러내는 예식이기 때문에 성만찬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설교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요즘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 구원 사건보다 긍정과 축복, 윤리 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 결과 예배가 목회자 자신의 종교와 신앙을 전파하는 시간이 돼 버렸고, 이로 인해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가 초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화종부 남서울교회 목사도 십자가의 고난이 빠진 한국교회 강단 설교를 문제로 꼽았다. 화 목사는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도 윤리적 가르침이 대부분일 뿐, 소위 말하는 복음설교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간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희생을 가르치고 그와 같은 삶을 강조하는 교회들이 드문 것이 오늘날 교회가 처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배의 회복은 십자가를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어렵더라도 성경을 강해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신앙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