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전문대 고사 위기… 지원줄어 5중苦
입력 2013-01-10 11:35
전문대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 고졸 우대 정책에 치이고 4년제 대학에 밀리면서 설 자리가 분명치 않다. 방송·연예 분야 일부 인기전공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면 받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지원자=10일 입시업체 하늘교육이 서울·경기권 28개 주요 전문대 지원현황을 집계한 결과 2013학년도 전문대 지원자는 23만9113명으로 2011학년도(34만4029명)에 비해 2년 만에 30%나 줄어들었다. 경쟁률은 10.5대 1에서 9.6대 1로 소폭 감소했다.
경쟁률 하락폭이 작은 것은 착시효과다. 모집정원이 3만2857명에서 2만4879명으로 감소한 데다 일부 인기학과의 비정상적인 경쟁률로 인해 허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예술대 실용음악과 노래(남자)는 2명 모집에 874명이 지원해 43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가창)는 14명을 뽑는 데 2638명(188.4대 1)이 지원했다.
반면 일부 인기학과를 제외한 일반 학과들은 지원자 하락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학과들은 미달 사태를 겪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지방 전문대에 비하면 수도권 소재 전문대는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5중고’에 시달리는 전문대=전문대의 고충은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과 맞물려 있다. 크게 5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편입학 제도개선 방안’으로 편입 정원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지방대 보호를 위해 지방대생의 수도권 이동을 막으려는 취지였다. 전문대를 거쳐 주요 대학에 편입하려는 기대심리가 꺾이면서 전문대가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린다. 정부 정책은 4년제 대학과 선취업 후진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및 운영의 이슈와 과제’에 따르면 2011년 정부 재정지원금 8조9254억원 중 4년제 대학에 7조7748억원, 전문대 8303억원으로 9대 1의 배분 비율을 보였다.
입학사정관제 등 입시전형 다양화도 전문대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재능은 있지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예전 같으면 전문대에 진학했을 텐데 대학입시가 다양해지면서 전문대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다양한 루트로 뺏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 학과를 4년제 대학들이 도용하는 것도 타격이다. 물리치료과, 피부미용과 등 전문대들만 운영했던 전공을 최근 4년제 대학들이 개설하고 있다. 정부가 취업률을 강조하면서 4년제 대학들이 전문대 영역까지 손을 뻗은 결과다. 전문대 관계자들은 “대학가에도 동반성장 논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전한 4년제 대학 선호 경향도 걸림돌이다. 교과부의 ‘2012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에 따르면 학부모가 원하는 자녀교육 정도는 4년제 대학 졸업이 42%였고 전문대졸은 2.4%였다. 특성화고 등 고교생 48.5%는 4년제 대학을 향후 진로로 꼽았고 전문대는 14.6%에 그쳤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