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성공’아닌 ‘성장’이더라”… ‘스타강사’ 김미경씨 이번엔 이름걸고 tvN쇼 진행자로
입력 2013-01-10 18:28
새해 첫 주 한국출판인회의 집계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스타강사’ 김미경(48)씨의 책 ‘언니의 독설’과 ‘김미경의 드림 온’이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언니의 독설’의 경우 3개월 만에 12쇄를 찍었다. 출판 불황 속에서 이 책은 총 15만부가 팔렸다. ‘김미경의 드림 온’은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 출간되자마자 15위에 랭크된 뒤 1주일 만에 5위로 수직 상승했다.
베스트셀러 저자인 김씨가 이번엔 케이블TV tvN의 새 토크쇼 ‘김미경쇼’ 진행자로 나서서 11일 첫 회를 선보인다. 이미 지상파 아침방송, 케이블TV 등에서 화려한 입담으로 ‘뭔지 모를 역량’을 인정받은 그녀다.
뭔지 모를 역량? 뒤집어 얘기하자면 그녀는 딱 이렇다 할 방점이 찍히지 않는데도 ‘스타강사’다. 방송용 비주얼이 좋은가? 평범한 동네 아줌마나 고모, 이모 정도의 친근감이다. 빼어난 전문직인가? 스물아홉 살부터 먹고살기 위해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 교육 ‘여성 강사’로 살았다.
그런데도 요즘 모시기 힘들다. 젊은 시절 그녀를 서럽게 했던 한 대기업엔 대놓고 안 간다. 시청자는 방송에서 보여주는 독설에 열광하고, 독자는 문장 하나하나에 밑줄친다. 그녀를 지난 7∼8일 두 차례 만났다. ‘김미경쇼’는 각 분야에서 꿈을 이룬 이들을 초대해 그 과정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밤 10시에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같은 분야 스타강사였던 분들은 대개 미모, 애교, 스펙 등을 갖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20대 후반 강사 일을 시작했다. 선생님이란 호칭에 맞는 ‘나다운 나’이고 싶다. 예쁜 얼굴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건 가장 값싼 거래다. 또 애교는 내 ‘독설’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스펙은 꿈을 성취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 쉽다.”
-그렇다면 펴낸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할 만큼 인기 있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꿈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호통치고, 위로하고, 쓰다듬는 직접적인 화법이다. 나는 커리어 우먼이 아니다. 그저 당신들의 언니, 누나처럼 일 직장 사랑 결혼 돈 등의 문제로 부딪치며 사는 사람이다. 다만 동생들에게 진실을 담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목표를 갖고 뛰다가 절망한 서른 살 젊은이에게 ‘정직한 서른은 초라한 게 정상이야’라고 말한다. 사회생활 초년병에겐 ‘네가 신데렐라냐? (퇴근시간 맞춰) 6시 땡 하면 사라지게’라고 대놓고 얘기한다. 목표와 꿈은 다르다. 2∼3년 계획으로 세운 목표가 무너졌다 해서 인생 전체의 꿈까지 접어선 안 된다.”
-당신은 ‘선생님’이다. 어느 분야 선생님인가.
“자기계발 분야다. 교수와 같이 공부가 깊은 사람은 하찮게 여길 수 있다. 한데 생각해 봐라. 인문학이 내 몸 안에서 곰삭아 글로 쓰면 자기계발서가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인문을 담은 말과 글로 초등학생부터 기업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자기계발 방법 즉, 꿈을 가르친다. 꿈은 ‘성공’이 아니다. ‘성장’이다. 성장을 돕는 방법은 꿈을 가르치는 일이다.”
-20여년을 기업·기관 등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가르쳤다. 꿈을 이룬 이들의 특징이 있던가.
“중소·중견 기업체 사장들에게 강의하다 보면 확연히 구분된다. 그들의 이력서는 어느 한 시절이 비어 있다. 학력이 비어 있거나 직장을 꾹꾹 눌러쓰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수백, 수천억대 자산가다. 반면 좋은 학교 나와 삼성 등 굴지의 대기업 임원을 지낸 이들은 50세 전후로 전전긍긍이다. 겨우 몇 억 쥐고 나와 그거마저 잃을까 소심해진다. 목표만 이루고 살았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한다.
“우리는 공부가 아니면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돈이자 권력이라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나다운 나’를 찾아야 한다. ‘비어 있는 세월’을 보낸 중소·중견 기업 사장들 생각하면 된다. 머리가 따르지 못하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결핍은 나다운 나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산다. 그들 대개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돈이 많으면 행복하던가.
“‘번뇌 비용’이라는 게 있다. 돈 액수만큼 번뇌하더라. 돈 있는 대치동에서 인재 나는 거 아니더라. 영광과 모욕이 한 품 안에 있다는 걸 알고, 그 모욕을 슬기롭게 이겨내 꿈을 이루고, 그 꿈의 성취가 사회가 준 빚임을 알고 갚는 게 중요하다.”
김미경
충북 증평 출신. 어머니가 한복집을 해서 생계를 이어갔다.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세대 음대 작곡과를 나오긴 했으나 자신의 재능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서른이 다 돼 자기계발 강사로 전직했다. 서울 북가좌동 산꼭대기 연립주택 등을 전전하며 30, 40대를 살았다. 하지만 긍정적 사고와 새벽 4시30분 하루를 시작하는 실천력 등으로 직원 20여명을 거느린 스피치 교육 전문 업체 ‘아트스피치’ 오너가 됐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