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황태순] 새 정부, 기득권 해체 나서라

입력 2013-01-10 18:44


오늘부터 일주일동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중소기업청과 국방부, 복지부를 필두로 정부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한 준비작업의 첫 단계를 시작한 것이다. 새 정부의 국가경영기조를 정립하기 위해서 먼저 현 정부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이제부터 인수위와 현 정부 간에 본격적인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인수위는 각 부처에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현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반성문을 써오라고 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도 갖고 오라고 한다. 공무원들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이 정도 숙제라면 식은 죽 먹기다.

지난 4일 인수위원 전체명단이 발표됐다. 24명의 인수위원 중 교수 출신이 16명이다. 그 명단을 보고 공무원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아무래도 교수들은 공무원들이 다루기가 쉬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현장경험이 부족한 학자들은 이념과 이상에 치우치기 마련이다. 벅찬 현실의 벽 앞에 섰을 때는 그만큼 무너지기도 쉽다.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통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선거과정을 거치며 경제민주화와 일자리창출 그리고 복지의 강화를 통해 국민대통합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의 말마따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바로 개혁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집권세력은 예외 없이 개혁의지를 실천에 옮기려고 했다. 그러면 기득권세력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기득권만은 지키려고 백방으로 뛰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는 대기업(재벌), 관료, 검찰, 노동계와 같은 기득권집단들이 마치 철옹성같이 버티고 서 있다. 때문에 새 집권세력의 개혁의지는 번번이 꺾이고 말았다.

5년에 한 번씩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개편이 있고 이에 따라 각 부처의 운명이 갈린다. 때문에 모든 부처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로비에 나선다.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대기업들은 온갖 줄을 동원해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낸다. 그게 안 되면 나중에라도 적당하게 사보타주를 하면서 새 정부를 길들이면 그만이다.

검찰은 어떤가. 지금은 동네북 신세가 돼 있지만 머지않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사정의 굿판을 벌이고 칼춤을 추면서 미운 사람들을 오랏줄로 꽁꽁 옭아 넣는다. 집권자는 내심 시원하다. 이렇게 효율적이고 입안의 혀처럼 편안한 조직을 손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결국은 자승자박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검찰은 커져 왔고 세져 왔다.

노동계도 예외는 아니다. 9988(중소기업이 기업수로는 99%, 취업자 수로는 88%를 담당)을 말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또한 거대한 기득권집단이 되고 말았다. 기업 내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노조원들의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장벽 쌓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직 국회의원이 매달 120만원씩 연금을 받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월 35만원씩 40년을 부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나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의 실태를 알면 졸도할 것이다. 공무원 남편과 교사 아내가 퇴직하면 사망할 때까지 매년 1억 가까운 연금을 꼬박꼬박 챙긴다. 지난해만도 직역연금 적자 3조원을 국민의 혈세로 메워주고 있는데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개혁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마침 올해는 전국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다. 힘이 있고 여건이 좋을 때 개혁의 첫 말뚝이라도 분명히 박았으면 한다. 집권 5년 동안 끝장을 보겠다는 조급함보다 개혁과제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으면 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느긋함과 끈질김으로 기득권 해체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