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이 곰팡이 슨 고추를 수입해 팔다니
입력 2013-01-10 18:44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라는 곳은 1967년에 발족한 농어촌개발공사가 전신이다. 이후 1986년 농수산물유통공사로 확대 개편했다가 다시 지난해 지금 이름으로 바꾸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글로벌 농수산식품산업 육성 전문 공기업’이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농수산물 수급 조절을 위해 수출입 업무도 맡아 국민들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공기업이다. ‘aT’라는 약어를 쓰며 서울 양재동에 대규모 농산물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곳이어서 국민들에게도 친숙하다.
그러나 감사원이 그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회사가 농어민과 소비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하기는커녕 곰팡이 고추와 썩은 양파 등 불량 농산물을 수입해 국내에 대량 유통시켰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니 국민들이 허탈함을 넘어 분노한다. 유통공사는 2011년 국내 고추 생산량이 급감하자 2010년산 중국 건고추를 수입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물품까지 들여왔고, 검사에서 나타난 곰팡이 고추 비율 17.8%를 7.9%로 조작해 국내 업체에 판매했다. 이렇게 사고판 불량 농산물이 고추 6600t, 양파 1950t에 이른다.
이 과정에 검은 거래가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퇴직한 직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유통계약을 따냈는가 하면 공사 직원이 수입 업체에서 여러 차례 향응을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여기에다 품질검사를 맡은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중국산 곰팡이 고추를 잡아내지 못했다. 수입 농산물에 대한 부적합 판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9년 이후 식약청이 곰팡이 과다로 고추를 반송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식약청마저 국민건강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유통공사는 2011년 한 해에 고추 마늘 양파 대두 참깨 팥 등을 39만7347t, 7465억원어치나 수입했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 불량품이 있는지 믿을 수 없으니 먹거리를 둘러싼 불신은 극에 달할 것이다. 감독기관은 허술한 구매 시스템을 혁신하고 수사기관은 소비자를 우롱한 유통공사 책임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