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조직 개편 놓고 난무하는 부처 이기주의

입력 2013-01-10 18:49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성 중심으로 이뤄져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시작하자 각 부처가 기다렸다는 듯 몸집을 불리기 위한 로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소관 업무를 뺏기지 않으려는 쪽과 무슨 명분을 걸어서라도 잃어버렸던 옛 영토를 회복하겠다는 부처 이기주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첫 작업이 부처 대표 공무원을 어떻게든 인수위에 파견하는 것이고, 다음은 인수위원을 겨냥한 무차별 로비전이라는 것은 이미 관가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10년째 주고받고 있는 보육 업무의 경우 2004년에는 여성부로 건너갔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여성부가 축소되면서 복지부로 넘어갔다. 한 해 예산이 5379억원에 불과한 여성가족부로서는 올해 예산만 무려 4조1778억원인 보육 업무를 넘겨받는다면 몸집을 8배 가까이 불리게 된다. 식품 업무를 놓고는 복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해양수산부가 부활할 경우 수산 업무를 떼어줘야 하는 농식품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 정책을 노리고 있다.

현대국가의 형태는 행정부 우위의 행정국가 개념을 넘어 이미 국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복지국가 단계로 접어든 지 오래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선거 과정에서 생애 주기별 복지 프로그램을 제시했을 정도로 복지는 이 시대의 중심 과제로 부상했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정부조직을 시대정신과 정권의 통치철학을 녹여낼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을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정부조직이 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지었다 부쉈다 할 수 있는 임시 건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들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구조로 만들어질 때 영속성이 보장되고 예산 낭비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부처가 생기고 업무가 다른 부처로 옮겨가는 것이 습관화된 듯하다.

사실 국민들은 정부 개편에 별 관심이 없다. 보육 업무를 어느 부처가 하든, 식품 정책을 누가 하든 기능이 잘 작동돼 불편만 없으면 된다. 정권 말 권력누수 현상에 편승해 제 업무는 소홀히 하면서 정부조직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공무원이 문제란 말이다. 국민의 복지 증진에는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오로지 업무를 많이 가져와 몸집을 키운 뒤 다음에 나갈 자리나 많이 만들면 된다는 낡은 생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피할 수 없다면 소비자격인 국민 편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성을 위주로 진행됐으면 한다. 관심의 초점은 당연히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분야, 지식경제부의 신기술 지원 분야, 기획재정부의 장기 국가과제 등을 통합할 부처다. 필요성이 거론된 지 오래됐지만 여러 부처의 기능을 이리저리 갖다 붙여서는 제 기능을 발휘할 지 의문이다. 기초과학 발전과 실용과학기술 개발로 좋은 일자리 창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