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증권방송 전문가 알고보니 검은손… 미리 사놓은 주식 강추 37억 꿀꺽

입력 2013-01-09 21:18

증권방송 전문가로 활동 중인 전모(34)씨는 2011년 10월 4일 안랩(안철수연구소) 주식 7만6074주를 30억9498만원에 사들였다. 그는 당일 저녁 케이블TV의 H증권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최근 해킹 사태가 급증해 안랩의 수혜와 실적이 좋다. 대선 관련 테마주로 부상해 상당히 탄력적인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넷 증권방송 유료 회원들에게도 안랩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방송 당일 3만7900원이던 안랩 주가는 이후 수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며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전씨는 같은 달 17일 주가가 7만1000원으로 3만3100원(87.3%) 급등하자 보유 중인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9거래일 동안 수익은 23억1279만원에 달했다. 전씨는 2011년 10월부터 3개월간 이같이 4개 종목 주식 210만7004주를 미리 매수한 뒤 방송으로 주가를 띄우고 되팔아 36억9866만원을 챙겼다.

전씨의 대박 행진은 고급 투자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심리가 이용됐다. 전씨는 대학 졸업 후 유사투자 자문업체를 설립해 전업투자자로 활동하다 증권사 실전투자대회에서 1등을 하며 2009년 케이블TV 증권방송에 진출했다. 전씨는 유명세를 이용해 인터넷 주식 카페나 팬클럽 회원들을 모집했다.

그는 방송 전 유료 회원, 무료 회원 순으로 “특정 주식을 띄우겠다”고 알렸다. 회원들의 대량 매수와 방송을 본 일반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로 자연스럽게 주가가 올라가는 구조다. 작전 성공률이 80∼90%에 달하다 대박 행진이 계속되다 보니 전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의 유료 회원비는 월 80만∼100만원에 달했다.

전씨 같은 증권방송 출연자에게 주가를 띄워 달라며 ‘꽃값’(추천비)을 준 투자자도 적발됐다. ‘슈퍼개미’로 알려진 A씨는 다른 증권방송인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추천해 달라며 꽃값으로 3억원을 건넸고 이를 통해 6개월간 9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강남일)는 9일 전씨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꽃값을 주고 주가를 띄우게 한 A씨도 구속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공조해 이런 유형의 부정을 저지른 사이버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 10여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