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장수 총리

입력 2013-01-09 19:37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서리를 제외한 국무총리는 모두 37명이다. 김황식 현 총리가 41번째지만 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 전 총리가 2차례씩 임명됐기 때문이다. 평균 임기는 1년이 조금 넘는다.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총리는 제3공화국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정일권 전 총리다. 그는 64년 5월∼70년 12월 6년7개월 동안 재직했다. 임명 직후 한일협정에 매달렸고, 재직 중 외무부 장관을 겸임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신임 아래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총리로 꼽힌다.

두 번째는 재임기간이 6년1개월인 김종필 전 총리다. 71년 6월∼75년 12월에 일했고, 97년 야권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의 첫 총리로 다시 임명됐다. 세 번째는 유신시대 마지막 총리였던 최규하 전 총리로 재임기간은 3년10개월이다.

물론 김 전 총리는 98년 3∼8월 국회동의를 받지 못해 총리서리에 머물렀고, 최 전 총리는 특수한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기 위해 12대 총리 임기를 마쳐 재임기간을 계산하는 게 애매하다.

김황식 총리는 다음달 퇴임하면 네 번째 장수 총리가 된다. 김태호 전 총리지명자의 낙마 이후 ‘대타’로 임명됐지만 ‘이명박 정부 최고의 인사(人事)’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단명 총리’는 허정 과도정부 수반이다. 4·19 혁명 직후인 60년 6월 6대 총리로 임명돼 2개월4일 동안 재직했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수석국무위원 자격으로 총리가 돼 개헌과 새 대통령 선출을 관리했던 경우라 임기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 보인다. 두 번째 단명총리는 91년 강경대씨 치사사건 등으로 정확하게 4개월 만에 물러난 노재봉 22대 총리이고, 세 번째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4개월5일만에 사퇴한 이회창 26대 총리다.

재임기간이 긴 총리가 유능하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총리 임기는 국정운영 능력보다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이해하고 보완하며 국정을 이끄는 게 총리의 역할이다. 정치적 안정 속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장수총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첫 총리로 누구를 지명할지가 큰 관심사다. 장관 임명제청과 정책집행 등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는 책임총리가 박 당선인의 약속이다.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과 임기를 동시에 마칠 수 있는 장수총리도 기대해본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