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뛴다-종목별 최고령 선수들] ② 프로축구 김병지 (전남 드래곤즈)

입력 2013-01-09 19:44


두손에 움켜쥔 꿈

전설로 남으리라


“스토리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한국 프로축구 최고참 선수 김병지(43·전남 드래곤즈). 그는 이미 숱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스타다. 축구가 하고 싶어 마산공고에서 소년의 집(현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으로 전학, 용접공에서 프로 축구선수로 변신,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발탁, K리그 최초로 골키퍼 필드 골 기록, K리그 역대 최다 경기 출전…. 그의 스토리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는 “2013년 김병지 스토리를 만들겠다”며 껄껄 웃었다.

지난 3일 경남FC에서 전남으로 이적한 김병지는 올 시즌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낼까? 궁금하다면 그의 기록을 살펴봐야 한다. 김병지는 지난해 10월 7일 서울전에 선발로 나서 K리그 최초로 개인 통산 6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K리그 통산 첫 무실점 200경기 달성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605경기에 출장했고, 206경기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다음 목표는 700경기 출장과 신의손(부산 골키퍼 코치)이 가지고 있는 최고령(44세 7개월 17일) 현역 선수 기록을 깨는 겁니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을까?

김병지는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해 경남에서 체력 테스트를 받았는데, 순발력, 민첩성 부문에서 상위 30% 안에 들었습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김병지의 자기 관리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다. 한가한 시간에도 유흥가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경남 시절 4년 동안 창원 시내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창원에 지인들과 친구들이 많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을 절제했다. 이렇게 철저하게 스스로를 관리했기에 그는 항상 똑같은 몸무게(78.5㎏)를 유지한다.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라도 자기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병지는 ‘아들 바보’다. 세 아들(태백, 산, 태산)의 아버지인 김병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로서 자신에게 몇 점을 주겠느냐고. “애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합니다. 아버지 역할만을 따지자면 50∼60점밖에 못 줄 겁니다. 그렇지만 축구 선수로서는 90점 이상의 자랑스러운 아버지라고 자부합니다.” 김병지의 세 아들도 모두 축구를 하고 있다. 첫째 아들은 포지션이 아버지와 같은 골키퍼다.

김병지는 재능기부도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해 7월 경남 산청군 지리산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고 함께 공을 차며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축구 선수들이 일반 청소년들을 만나 좋은 얘기를 들려주는 멘토 역할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재능기부를 계속할 생각이다.

프로 선수의 가치는 후불제로 매겨진다. 이번 시즌 잘해야 다음 시즌을 보장받는다. 전남은 선수로서 ‘황혼’인 김병지에게 선불제를 적용했다. 지난 7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한 김병지는 소중한 기회를 준 구단과 하석주 감독을 위해 몸값 이상의 활약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유스팀 출신의 어린 선수들이 많은 전남은 김병지의 경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병지의 올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우선 골키퍼로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전남이 승강제 상위리그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올해로 프로 생활 22년째를 맞은 김병지는 전남이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은퇴 시점에 대해선 2∼3년 후로 내다봤다. 골키퍼가 세울 수 있는 모든 기록의 ‘최초’와 ‘최다’ 부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김병지. 그는 경기 때마다 “내 뒤에 공은 없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프로필

▲출생지=경남 밀양

▲생년월일=1970년 4월 8일

▲신체조건=1m84, 78.5㎏

▲출신교=밀양초-밀양중-부산 알로이시오고

▲K리그 이력=울산(1992∼2000) 포항(2001∼2005) 서울(2006∼2008) 경남(2009∼2012) 전남(2013∼)

▲국제 대회 경력=1996년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대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

▲A매치 통산 기록=62경기 73실점

▲K리그 기록=역대 최다 경기 출전(605경기), 최다 무실점 경기(206경기), 최초 골키퍼 필드 골(1998년 10월 24일 포항전), 최다 연속 무교체 출전(153경기), 최다 올스타 선정(13회·이동국과 타이)

▲우승 경력=1996년 정규리그, 1995·2006년 컵대회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