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軍 이전 차질… 美軍 태평양서 길 잃다

입력 2013-01-09 20:38


미국의 해외 주둔 병력 재배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 5만1000명 중 9150명을 내년까지 괌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현재 미군 5500명이 주둔 중인 괌의 병력을 3배로 늘리고 항공모함 정박지와 미사일 방어기지를 새로 건설해 이곳에 미국의 ‘태평양 중점(Pacific Pivot)’ 계획의 중추기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괌 원주민들이 이례적으로 기지 확장에 반대하면서 병력 이전 규모를 5000명으로 줄였다. 나머지 병력은 호주와 하와이에 분산 배치키로 했다. 그나마 일정도 2015년 이후로 미뤄졌다. 내년까지 병력 재배치를 마친다는 애초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이미 앤더슨 공군기지가 운영되고 있는 괌은 미군이 이 지역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지 건설 부지가 원주민 차모로 부족이 신성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항공모함 전용 항구 예정지에서도 산호 파괴 문제가 제기돼 공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에디 칼보 괌 지사는 “애초 고속도로도 없고 하수처리 능력도 한계에 이른 이곳에 90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국방부와 일본의 계획은 무리였다”고 WSJ에 말했다. 미 의회도 오키나와 해병 이전비용이 국방부가 제시한 100억 달러의 배가 넘는 2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예산 배정을 미루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의 미 해병은 잦은 사고와 환경오염으로 주민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올해 이 지역에 배치된 수직이착륙기도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반미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키나와 기지를 축소하고 괌으로 병력을 이전하려 했지만 이제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한편 벤저민 로즈 백악관 안보담당 차석보좌관은 내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병력을 모두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애초 미 국방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병력이 철수하는 내년 이후에도 아프간군의 정예화를 돕기 위해 최대 2만명의 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백악관이 병력 규모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최대 9000명에서 최소 ‘제로 옵션’, 즉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앤서니 코드먼 군사분석가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실제 알카에다를 퇴치하고 민간 정부에 권한을 이양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서둘러 발을 빼려는 것인지 상황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로즈 차석보좌관의 기자회견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이뤄졌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과 11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잇따라 만나 미군 철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