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방화복 때문에 화상 소방관 아버지 보고 꿈 키워… 신소재 개발해 위험 줄여주고 싶어요”
입력 2013-01-10 01:33
“2007년 봄,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화재를 진압하다 병원에 실려 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낡은 방화복 때문에 화상을 입어 입원치료를 받는 아버지를 보며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화재현장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게 불길과 싸우던 아버지를 보면서 꿈을 키워온 경북 구미시 금오고등학교 3학년 정우창(18)군이 올해 한양대 신소재공학과에 합격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구미 해평 119안전센터에서 근무 중인 정군의 아버지는 6년 전 구미공단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현장에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가 한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낡은 작업복이 불길을 막지 못해 팔과 발목, 어깨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이다.
아버지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고 현업에 복귀했지만 정군은 노후된 소방장비로 불길과 싸우는 아버지가 늘 걱정됐다. 아버지는 지난해 차량 화재를 진압하다 불량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는 바람에 연기를 들이마셔 입원한 적도 있었다. 정군은 “열악한 장비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 아버지를 보면서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돕고 싶어 신소재공학과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정군은 화장품 판매원인 어머니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 학생 발명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화장품을 차에 싣고 다니며 방문판매를 하는 어머니의 걱정은 화장품이 상하는 것이었다. 정군은 이 얘기를 듣고 과학 동아리에서 실험연구를 진행해 화장품 온도를 낮게 유지해주는 용기를 개발했다. 정군과 2명의 친구가 함께 개발한 ‘온도조절 화장품용기’는 지난달 초 특허청으로부터 특허출원 허가도 받았다.
정군도 한때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춘기엔 또래보다 키가 커서 친구들과 몰려다니다 사건에 휘말려 징계를 받고 교내봉사를 한 적도 많았다.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야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정군은 “중3 겨울방학 땐 생일을 제외하고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고 죽어라 공부했었다”며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전교 9등을 했을 때 부모님이 너무나 기뻐하셨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군은 “사회를 위해 일하는 아버지에게 힘이 되고 싶다”며 “신소재를 개발해 경찰관·소방관을 위한 첨단 제복을 만들어 드리는 게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