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또다른 사랑법… “자살자 유가족에게 삶의 희망을”
입력 2013-01-09 19:05
인간은 일생을 통해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하지만 가장 큰 상실은 가족의 죽음이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한 사람을 잃는 것으로 어떤 것보다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최근 고(故) 최진실씨의 전 남편 조성민(40)씨의 죽음을 계기로 유가족 돌봄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살자의 유가족들은 자살충동에서 살아남은 ‘생존자(survivor)’라고 불린다. 그만큼 자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자살자를 최초로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강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발견 당시 영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면서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겪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자 유가족을 자살위험이 4.2배 높은 ‘자살고위험군’에 분류한다.
어둠 속에 울고 있는 이웃에게 손 내밀어 돕는 것이 크리스천의 사랑법이다. 홍양희(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회장은 “유가족들 대부분은 아픔을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 속에 안고 산다”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위로하고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자조(自助)모임 필요하다”고 말했다. 눈을 맞추고, 마음을 열고, 손을 잡아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걷기대회’ 등 치유 프로그램이나 ‘자살자 유가족 자조모임’ 등을 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 등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는 올해 자살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고위험군을 발견해 전문기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의뢰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양성에 나선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 호프(Life Hope)’는 자살예방을 위한 연극 및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모를 잃은 아동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담가들은 자살뿐 아니라 질병이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줄 때 △나이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준다. △남아있는 가족들이 아이를 사랑하고 돌볼 것을 확신시키고 아이가 원한다면 장례 절차에 참여시킨다. △아이가 슬픔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믿음을 설명해 준다. △아이가 부모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제안했다.
또한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아 성찰하고 사유하는 죽음 예비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죽음 예비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좀더 성숙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권면했다. 송 목사는 “죽음 예비교육을 시키는 일부 초등학교에서 ‘상여놀이’를 통해 죽음 준비교육을 시킨다”며 “교회학교에서도 죽음 예비교육을 시키고 부활에 대한 소망을 전한다면 아이들이 좀 더 성숙한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