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희상, 민주당 통째로 바꿀 밑그림 마련해야
입력 2013-01-09 19:20
민생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 없어
우여곡절 끝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문희상 의원이 선출됐다. 박영선 의원에서 원혜영 의원 그리고 이낙연 박병석 이석현 의원 등이 연이어 거론되더니 결국 5선의 문 의원이 대안으로 결정된 것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노무현 정부 때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어 당내에서 친노와 비노 세력 간 갈등을 조율하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말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 민주당을 이끌 문 비대위원장의 최대 과제는 대선 패배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쇄신의 기초를 닦는 것이다. 대선 이후 민주당의 모습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대선에서 진 이유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대신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 책임론 공방을 벌여 대선 이후가 더 한심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계파 간 다툼이나 노선투쟁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은 맹목적인 정권교체와 야권 단일화를 원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 걱정 없고, 아이들을 낳고 기를 수 있는 좋은 나라를 만들어 줄 대통령을 원한 것이었다. 야권은 그런 국민의 소박한 바람을 듣지 못한 채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만 하면 된다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확한 얘기다.
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는 데 열중했다. 박정희 시대의 암울한 측면을 부각시키며 박 후보를 깎아내렸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집권하면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데에는 소홀했다. 역대 대선을 복기할 때 남 탓만 하는 ‘반대론’으로 승리한 사례가 거의 없었음에도 민주당은 반대론으로 승부하려는 우를 범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념이나 투쟁이 중시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따라서 민주당 지향점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이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국민들 생활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을 선점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쉽지 않다. 대선 때 여당에 표를 많이 준 50대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당내에 ‘50대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말초적인 발상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적 쇄신도 병행돼야 한다. ‘이해찬- 박지원 체제’처럼 계파 간 자리 나눠먹기를 재연해선 안 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와 비노가 당권싸움에 몰두해서도 곤란하다. 구(舊)정치인들은 2선으로 물러나고, 참신하고 역동적인 인사들이 전면에 배치돼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민주당 체질을 혁신하기 위한 밑그림을 만들고, 다양한 인사들이 합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좌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작업. 문 비대위원장이 신경 써야 할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