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남호철] “징계는 국방부가 받아야지”
입력 2013-01-09 19:23
우리나라에서 병역문제는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지도층 자녀들뿐 아니라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들의 병역비리 또는 병역특혜는 사회를 온통 뒤집어 놓기 일쑤였다. ‘연예사병’으로 복무 중인 가수 비의 군복무 문제도 그렇다.
지난 1일 비가 톱스타 김태희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대한민국 최고 톱스타 커플 탄생’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약 1주일에 한 번꼴로 만남을 가졌고 만나는 장소가 따로 있으며 차량도 동원됐다’는 등의 소식이 퍼지면서 특혜시비로 불똥이 튀었다.
특히 비의 잦은 휴가와 외출이 불을 댕겼다. 2011년 10월 11일 입대해 450일의 군 생활 중 휴가나 외박으로 94일을 썼다고 한다. 이 가운데 5사단 조교 시절을 거쳐 국방홍보지원대로 옮긴 후에는 공무상 출장 44일도 포함돼 있다. 전역을 7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이미 일반 사병들의 전체 휴가 일수 40여일보다 2배 이상 휴가를 얻은 셈이다.
‘비-KCM 특급열차’ 녹화 이후에는 외박을 했고 그 시간에 연인 김태희를 만나는 등 공무상 출장 기간에 사적인 업무를 해결한 것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습이다.
데이트 사진에서 전투모를 착용하지 않은 비의 모습은 ‘복무복장 위반 논란’으로, 비가 군 행사 후 고급호텔 스위트룸에서 숙박했다는 소식은 ‘숙박 논란’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과도한 특혜에 비난 들끓어
논란이 불거진 뒤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는 ‘연예사병 비 정지훈. 외출 휴가 적법한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들끓었다. ‘연예사병을 없애야 한다’ ‘연예사병의 특혜는 너무하다’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캠프 간 것도 아니고 군대가 편하겠다’ 등 비아냥거림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과거 특혜 논란을 빚은 연예인들도 다시 거론됐다. 117일의 외박 및 휴가 일수로 특혜 논란을 빚은 가수 성시경, 군복무 일수 중 150일을 국방부 밖에서 보낸 방송인 붐 등도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연예사병의 근무 실태도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게 바로 연예사병 실태’라는 제목으로 여러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공개된 사진에는 연예사병들이 사복에 슬리퍼를 신거나, 군인답지 않은 명품 가방에 휴대전화까지 소지하고 바닥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등 자유스런 모습이 담겨 있어 충격을 줬다.
연예사병제도 개선 계기돼야
국방부는 비에 대해 군인복무규율 위반을 이유로 1주일간 ‘근신(謹愼)’ 징계를 내렸다. 근신 기간 동안 근무를 하지 않는 대신 일정 장소에서 반성문 등을 쓰며 반성 시간을 갖도록 하는 처분이다. 계급 강등, 영창, 휴가 제한 등 병사들에게 내려지는 징계 중 가장 낮은 수위다.
이에 대해서도 국방부 홈페이지와 인터넷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비에 대한 징계가 근신 정도에 그칠 일이냐”며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고 공정하고 납득할 만한 징계를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의 책임론도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징계는 국방부가 받아야 옳지”라며 “비에게 근신처분 내리고 국방부는 손 씻는 거냐?”며 비꼬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군 당국과 연예사병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연예사병 특혜시비와 논란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음에도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한 것에는 연예사병의 제도적 허점과 국방부의 관리소홀도 한몫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가 복무규율을 위반한 것도 문제지만 형평성에 맞지 않는 포상휴가를 주고 관리를 소홀히 한 국방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보인다.
남호철 디지털뉴스부장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