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업무보고 준비] 외교부, 국방부에 보고 순서 밀려… “정책 순위도 밀리나” 우려
입력 2013-01-09 21:56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일정이 9일 확정되자 각 부처는 업무보고 준비와 대응논리를 점검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다. 인수위가 미리 7개 주제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보고를 해 달라고 주문함에 따라 부처의 논리를 제시된 주제에 어떻게 담을지 고심하는 눈치다. 업무보고 순서를 놓고도 기대감을 표출하거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위상 강화 기대감 표출=국방부는 비경제분야 분과에서 첫 번째로 업무보고를 하게 되자 기대와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다. 대선 직후부터 국실별로 보고를 준비해 왔고 지난 7일 김관진 장관 주재로 검토회의를 갖기도 했다. 국방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11개 공약을 중심으로 압축적으로 보고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마무리 작업 중이다.
총리실은 입단속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당선인이 ‘책임총리제’를 공약한 데다 이곳저곳에서 총리실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조직 논리 강변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황식 총리가 전날 “정부 차원의 충분한 논의 없이 각 기관에서 조직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한몫했다.
대국민 민원창구 역할을 하는 국민신문고를 운영해 온 국민권익위는 인수위가 설치키로 한 ‘국민제안센터’ 개설 실무를 맡게 돼 분위기가 좋다. 당선인과 국민들의 첫 소통 창구라고 할 수 있는 국민제안센터 개설에 참여하는 만큼 업무보고에서도 권익위의 역할을 충분히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맞는 여성가족부와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를 맞는 보건복지부는 모두 위상 강화의 꿈에 부풀어 있다. 여가부는 세종시로 떠나지 않는 ‘인 서울’의 장점까지 겹쳐 몸집을 키울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복지부 등 다른 부처에서는 벌써부터 “여가부에 가고 싶다”는 공무원들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 역시 박 당선인의 성패가 복지공약에 달린 만큼 어느 때보다 관심과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참에 보건의료와 복지 담당 차관을 별도로 두는 ‘제1, 2차관제’를 따내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선 수산 쪽을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부활이 기정사실화되자 들뜬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농업에 밀려 위축됐던 수산업을 다시 육성할 기회라는 판단이다.
◇‘우선순위 밀리나’ 우려=외교통상부는 외교안보 선임 부처라는 자부심과 달리 국방부보다 보고 순서가 뒤로 밀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분과 간사라 순서가 국방부 뒤로 된 것 같다”며 “박 당선인이 외교보다는 안보를 더 중요하게 보는 관점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당선인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결방안 제시보다는 남북관계의 현재 상황 위주로 보고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내심 정부 조직개편에서 홀대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 5년 전 정부구조 개편으로 과학기술부에서 환경부 외청으로 바뀌었던 기상청이 다시 옮겨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안팎에선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 가운데 고용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두고 근심 섞인 얘기가 나온다. 노동부는 일자리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당선인의 ‘늘·지·오’ 공약을 실현할 방안을 마련하는 업무보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기도=교육과학기술부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대학 업무를 교육 부문에서 관장할지 아니면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통합시킬지가 쟁점이다.
교육 부문 관료들은 지난 5년 동안 교육과 과학의 융합으로 대학의 연구기능이 강화됐으므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보고 순서에서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14일)보다 늦은 15일로 밀리자 긴장하는 기색이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 과학 부문 관료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학 부문 한 공무원은 “미래창조과학부는 산업 응용과 성장동력을 맡은 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 쪽 일부 분야와 통합돼 정책이 이뤄지는 게 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기대반 우려반’이다. 기재부는 장기전략국과 예산실 일부가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에 흡수되는 방안, 국제금융국을 금융위원회와 통합해 금융부로 만드는 방안이 거론되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한 축을 담당할 공정위는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반기면서도 전속 고발권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인수위 업무보고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이다. 한은은 독립기관이고, 금감원은 민간 감독기구이기 때문에 인수위에서 업무보고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금감원은 과거 수시로 인수위에 요구자료를 제출하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가 보고를 했다. 한은 역시 이전 두 차례 비공식적으로 인수위 요청을 받아 업무보고를 했다.
정승훈 이성규 백상진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