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측근들 특별사면 검토… MB ‘궂은일’ 처리하겠다지만 朴 당선인측 ‘짐될 일’ 우려감
입력 2013-01-09 21:57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임기 말 특별사면’ 카드를 꺼내들려는 것은 좋게 보면 막판이라도 ‘궂은일’은 처리하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생계형 범죄 사면은 많게는 수십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구실로 비리를 저지른 MB정부 ‘창업 공신’과 재계 거물급 인사들까지 사면 대상에 끼워 넣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역대 정권마다 임기 말이면 이런 특사가 단행됐다. 김영삼 정부는 1997년 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2년 12월 교통 범칙금·과태료를 없애주는 특사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을 포함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7년 12월 대북 송금 사건의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비리 혐의로 처벌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을 사면했다.
만약 이 대통령이 특사에 측근들을 포함시킨다면 최우선 순위는 ‘정치적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절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오빠 김재홍씨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미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사면복권 대상자는 형이 확정된 자로 한정한다’는 사면법 규정을 충족시킨 상태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경우 대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반드시 무죄를 증명하겠다”는 소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사면으로 풀려나기보다 3심 재판을 모두 받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1월 말 1심 선고를 받고, 이 전 의원이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할 경우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재계 인사 중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거론되지만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도 변호사법 위반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어서 당장은 사면이 어렵다.
‘현재권력’의 특사 방침에 ‘미래권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무척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혹시라도 이 대통령이 차기 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을 지우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 기자에게 “당선인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 말씀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너무 곤란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 사면권 남용을 막겠다고 누차 얘기해 왔는데 갑자기 청와대가 특사 카드를 꺼내려 한다는 불만 표시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총수 및 경영자의 중대 범죄, 대통령 일가와 측근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재계 인사들은 물론 이 대통령 측근들은 사실상 사면이 불가능한 셈이다.
신창호 김나래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