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2)] ‘신데렐라 꿈’ 접고 능력 발휘하며 보람과 희망

입력 2013-01-09 18:43


“한국에 가면 나도 부자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한국으로 시집왔어요.”

국제결혼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의 다수는 결혼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동화일 뿐 현실은 다르다. 한국에 온 지 3년째인 필리핀 결혼이민여성 리나씨는 “생각과 많이 달랐다. 남편의 경제적 형편이 크게 좋은 것도 아니고 차가운 시선까지 많아 서러움이 커지더라”고 말했다. 리나씨의 경우처럼 부푼 꿈을 안고 한국행을 택한 결혼이민여성들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꿈을 이루기는커녕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움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 생활 적응 후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문은 좁기만 하다.

안산YWCA 사회적 기업 ‘월드맘 영어교실’은 이 같은 현실에 맞닥뜨린 결혼이민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는 필리핀 결혼이민여성 8명, 콩고 난민 여성 1명이 유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결혼이민여성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살리고 돈도 벌면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가게 하는 것이다.

유아 전문 영어 교육기관이 넘쳐나는 한국 사회에서 월드맘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안산YWCA가 운영하는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는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영어지도자 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이수하면 취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결혼이민여성들은 취업을 하더라도 금세 일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소통과 지속성이 문제였다. 일을 하며 느끼는 어려움과 긴장감을 함께 풀어 갈 사람들이 없었고 한 학기 혹은 1년 과정으로 일자리가 끝나면서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았다.

월드맘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됐다.

2009년 사회적 일자리로 출발한 후 2011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준됐다. 월드맘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결혼이민여성들에게 한국어와 문화 및 예절 교육을 해왔다. 재계약을 통해 일자리의 지속성을 보장함으로써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줬다. 프로그램이 정착되면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취업비자를 통해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이 안정됨에 따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소득도 나눌 수 있었다. 한마디로 결혼이민여성들이 삶의 보람과 희망을 갖게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월드맘에서 3년째 일을 하고 있는 웨나린 마가닷씨는 “매주 만나는 아이들이 영어 시간을 기다리며 저를 반겨주고 가르쳐 준 내용을 모두 기억할 때는 큰 보람이 있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를 주는 월드맘 영어교실에서 일하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한다.

안산YWCA 한 관계자는 “영어교실의 경우 우선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으나 강사들의 열정과 커리큘럼이 좋다는 평가가 많아 대부분 재계약을 한다”며 “그만큼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고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공공형 어린이집 차일드스쿨에서 월드맘 선생님의 수업을 받는 아이의 어머니 이진주씨는 “처음에는 필리핀 영어의 발음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스토리텔링과 놀이 위주의 수업으로 아이가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계속 교육을 받아 필리핀 발음과는 다르더라”고 말한다.

월드맘을 총괄하는 이미혜씨는 “이곳서 일하는 필리민 결혼이민여성들은 모두가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자격과 능력을 다 갖추었는데도 국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보유한 능력을 발휘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정서연 <한국YWCA연합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