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다른 극단적 시도로 내 음악 알맹이 보여줄 것”… 최근 어쿠스틱 음반 낸 싱어송라이터 이이언

입력 2013-01-09 18:35


싱어송라이터 이이언(37·사진)의 음악은 색다르다. 그는 음울한 멜로디를 정교하게 계산한 리듬 위에 포개 개성 강한 노래를 만들어낸다. 조금 과장하자면 장인정신마저 느껴지는 견고한 음악들이다.

2004년 2인조 밴드 못(MOT)의 이름으로 1집을 내놨을 때부터 그의 음악은 독창적이고 완성도가 높았다. 2007년 발표한 못 2집, 지난해 2월 발매한 첫 솔로 음반 역시 평단의 갈채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앨범은 파격적인 디지털 사운드로 음반을 채워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그는 신보 ‘리얼라이즈(REALIZE)’를 통해 다시 어쿠스틱 사운드로 돌아갔다. 전자음으로 가득했던 지난 음반을 토대로 그의 행보를 예상한 이들에겐 뜻밖으로 여겨질 음반이다. 기타, 피아노, 드럼, 콘트라베이스 소리에 보컬을 얹은 음악들은 하나같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전자음에 몰두하는 듯 했던 그는 왜 다시 어쿠스틱 음반을 들고 대중 앞에 선 것일까. 최근 서울 문배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이언은 “제 음악의 알맹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입을 열었다.

“지난 음반과 이번 신보는 완전히 다른 음악으로 채워져 있죠. 이런 시도를 통해 극단적으로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도 제 음악이 일관성을 띌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깊은 고민이 묻어나고 때론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답변이 이어졌다. 그는 “어쿠스틱이라고 하면 잔잔하고 심플한 음악을 생각하는데, 치밀하게 꽉 차 있고 조직적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음반명을 ‘리얼라이즈’로 지은 이유를 묻는 질문엔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전자음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신호인 0과 1로 제작된 사운드잖아요. 그런데 어쿠스틱 음악은 실제 악기를 통해 만들어지죠. ‘리얼라이즈’가 ‘깨닫다’는 의미도 있지만 ‘실체화하다’라는 뜻도 있는데, 진짜 악기를 사용해서 전작과는 달리 음악을 ‘실체화’했다는 뜻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음반엔 신곡 ‘마이 리틀 피기(My Little Piggy)’를 비롯해 자신의 옛 노래를 리메이크한 트랙 등 총 6곡이 실려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노래는 프랑스 출신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어쿠스틱 사운드로 재해석한 곡. 어쿠스틱 음반을 내겠다는 뮤지션이 세계적 일렉트로닉 뮤직에 손을 댄 점이 흥미롭다.

이이언은 연세대 전파공학과(94학번) 출신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은 나 아닌 다른 사람 중에도 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진로를 틀었다. 그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장래성 등을 생각했을 때) 중간에 음악을 그만두는 게 맞았을 것”이라며 “소망이 있다면 10년 뒤에도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이언은 현재 게임업체에 다니는 못의 멤버 지이(35)와 다시 호흡을 맞춰 이르면 올 연말 못 3집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