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색 옅은 관리형… 문희상 비대위원장, 위기의 민주당 구할까

입력 2013-01-09 21:57


민주통합당이 9일 대선 패배 후유증을 수습하고 3월쯤 열릴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의 문희상 의원을 만장일치로 합의 추대했다. 주류와 비주류 측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돌고 돌아 올드보이로 낙점됐다”며 감동 없는 인선이란 지적도 나왔다.

특히 문 비대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에게 비대위 산하 정치개혁 관련 책임자 자리를 맡길 생각인 것으로 전해져 비주류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오전에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박기춘 원내대표는 “최다선(多選)이자 신망을 받는 문 의원을 추천하며 동의를 구한다”고 제안했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문 위원장은 “자다가 홍두깨 맞은 격”이라며 “최단시간 안에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옳은 길을 가도록 제1야당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최근 인사 문제는 대통합에 맞는 인사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에겐 대선 평가와 전당대회 준비, 정치개혁 등이 우선 과제다. 대선 평가는 비주류 좌장격인 김한길 전 최고위원, 전대 준비는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맡길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정치개혁 부분이다. 문 위원장 생각대로 문 전 후보에게 역할이 주어진다면 잠잠해진 당내 갈등이 재연될 게 뻔하다. 비주류에서는 문 전 후보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후보는 정치혁신 바람을 타고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 뜬 후보였고, 아직 새 정치 욕망이 끊어지지 않아 그 에너지를 흡수해 같이 가야 한다”며 그를 기용할 의중이 강함을 시사했다. 문 위원장은 대선 패배 책임론에 있어서도 “패배 책임이 문 전 후보에게 있지만 그게 결정적인지, 또 당은 책임이 없는지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친노(親盧·친노무현)계 역시 문 전 후보에게 정치개혁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고, 문 전 후보도 정치개혁 과제를 본인의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칫 이 문제 때문에 차기 당권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조기에 정면대결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혁신형 리더 대신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에선 연석회의 직전까지도 박영선 의원을 추대할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 박 원내대표는 고심 끝에 불만을 최소화할 ‘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류에선 문 위원장이 범친노계인 만큼 대체로 만족하고 있지만, 비주류는 불만도 없지는 않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원로인 데다 반대할 시간이 없어 통과시켜준 셈”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사무총장에 재선의 김영록 의원, 정책위의장에 3선의 변재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