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文 후보 지지한 호남 민심은 충동적” 박준영 전남도지사 발언 파문
입력 2013-01-09 00:32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18대 대선에서 표출된 호남 민심을 ‘충동적’이라고 폄하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지사는 대선 패배 책임을 친노세력에 돌렸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박 지사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히 규탄했다.
민주통합당 소속인 박 지사는 8일 오전 광주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호남 지역의 압도적 지지에 대해 “저는 조금 무겁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그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충동적인 생각 때문에 투표를 했다고 하면 전국하고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역민들이 충동적 판단에 따라 전국적인 선택과 너무 다르다보면 결국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투표행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 지사는 특히 민주당 패배요인에 대해 “과거 민주당 행태를 보면 늘 불안했고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도, 자성하지도 않아 국민들이 표를 안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호남인 스스로 정치를 잘못했다고 평가한 (친노)세력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몰표를 주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과거 압도적 지지는 그럴 만했다고 평가했다.
박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국민이 동정을 했지만 그것은 지지는 아니었다”며 “그것을 착각하고 선거를 치르게 됐는데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이 내려졌기 때문에 참여정부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선거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고 친노세력 책임론을 주장했다.
박 지사는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박 당선인이 약속을 잘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서 많은 희망을 가진다”며 “당적보다는 바로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박근혜 정권이라고 믿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최근 박근혜 정부 총리 후보로 거명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광주시당, 전남도당, 전북도당은 합동논평을 내고 “국가와 민족, 지역의 앞날을 위해 고뇌하고 스스로 선택한 호남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뒤통수를 쳤다”면서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개인 차원의 시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란 분이 이렇게도 호남의 선택을 잘못이라고 규정하며 몰아붙일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민주당은 “호남인 가슴에 대못을 박은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박 지사의 발언을 전해들은 민주당 관계자와 시·도민들은 자신들의 표심을 역사적으로 왜곡했다며 흥분했다.
무안=김영균 기자 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