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5000만원’ 길에서 주워 주인에게 돌려줘… 부산 동래우체국 집배원 엄원흠씨

입력 2013-01-08 19:57

“네 식구가 한파에 길거리로 쫓겨날 뻔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우체국 집배원이 길에 떨어져 있는 전세금 5000만원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한겨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산우정청 동래우체국 집배원 엄원흠(44)씨는 지난달 31일 부산 온천동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길에 떨어져 있는 5000만원권 수표 1장을 발견했다. 엄씨는 수표를 발행한 은행 지점을 찾아 주인을 찾아 달라며 수표를 맡겼다. 은행 조회 결과 수표 주인은 정모(34·여)씨로 확인됐다. 정씨는 분실 당일 전세금 잔금을 내기 위해 갓난아기를 안고 부동산 사무실로 가던 중 실수로 수표를 흘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정씨는 “돈이 없어진 것을 알고는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엄동설한에 이사도 제때 못하고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이었는데 집배원의 선행으로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엄씨는 8일 “소중한 물건이 든 우편물을 분실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옛 생각이 떠올라 만사 제쳐두고 수표 발행 은행을 찾았다”고 말했다.

엄씨는 22년째 집배원으로 활동하는 부인과 1남2녀 어린 자녀들의 가장이다. 동료들은 “그가 그동안 수차례 지갑 등 분실물을 주워 주인을 찾아주는 등 선행이 몸에 뱄다”고 입을 모았다. 엄씨의 선행은 정씨가 고마운 마음에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코너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