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포·탱크부대 후방 원위치 북한軍, 새해 3일 사상 첫 전면 휴무
입력 2013-01-08 21:59
북한군이 사상 처음 신정 휴무 사흘 동안 기본 경계 인원을 제외하고 훈련·연습 등 군 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단체 전단(삐라) 살포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위기 고조로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방사포 및 탱크부대를 전진 배치하며 가동한 비상경계태세도 최근 해제했다. 차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북한의 유화 제스처 중 일부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보 당국 핵심 관계자는 8일 “북한군이 지난 1∼3일 전방의 최소 경계 인원만 제외하고 전면 휴식을 취했다”며 “과거에 없던 일이어서 대남 유화책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이 전방에 투입했던 후방 병력도 모두 원위치시킨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지난해 10월 19일 인민군 서부전선사령부를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지역인 임진각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직후 서부전선 최전방 방사포 포신을 개방하는 등 비상경계태세를 가동해 왔다.
북한군의 이런 변화는 차기 남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을 원치 않는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대북 소식통은 “자신들의 병력 움직임을 한·미 정보 당국이 모두 파악한다는 걸 알고 있는 북한이 대대적인 병력 이동을 감행한 것은 ‘우리가 이렇다는 걸 알아 달라’는 의사표현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규모 병력 이동과 이례적 휴식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결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 제1위원장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올 들어 모란봉악단 공연 중 남북 정상회담 배경 사진을 공개하고,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전례 없이 ‘조선의 통일과 평화’ 코너를 신설해 비중 있게 남북관계를 다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4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서해 NLL 사수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도 현 정부와 차기 정부를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현 정부가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등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에 나설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로는 사흘간의 군 휴식이 로켓 발사 성공 이후 김 제1위원장의 체제 안보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김 제1위원장이 체제 안정화에 매달렸다면 올해는 주민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며 “군부대까지 쉬게 한 건 안보 자신감이 반영된 지시인 동시에 자기 생일(8일)을 앞둔 선심성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최고인민회의 ‘정령’에 따라 1월 2일과 3일도 휴일로 지정했다. 지금까지는 1일 하루만 휴일이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2·3일도 휴일이니 평일의 2배인 휴일수당을 요구했다. 이에 외화벌이 수단으로 ‘무늬만 휴일’을 늘렸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