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케네스 배 심문때 구타… 채찍·구둣발로 마구 때려
입력 2013-01-08 22:03
북한을 방문 중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 관리들을 만나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 석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8일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토니 남궁 박사와 함께 북한 외무성 관리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생산적이고 허심탄회한 만남이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북한 당국과 배씨 석방 문제를 놓고 심도 있는 협상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리처드슨 전 주지사 일행은 이날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 구글을 활용해 자료를 검색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이들 일행에는 김진경 중국 옌볜과학기술대 총장도 포함됐다.
한편 배씨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구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 당국이 미국인에 대해서는 예우를 갖춘다는 기존 인식을 깨는 행위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해 11월 3일 조선족 출신 관광 가이드 A씨와 함께 억류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자로부터 채찍과 구둣발 등으로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A씨의 경우 심문 과정에서 손이 뒤로 묶이고 무릎이 꿇린 채 채찍과 구둣발로 얻어맞았다”며 “A씨는 머리를 많이 맞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억류됐다가 한 달 만에 풀려났다. 이 소식통은 “최근 A씨를 만나 구타 얘기를 들었다”며 “A씨는 ‘배씨도 함께 맞았고, 지금도 맞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국적 한인들이 구타를 당했다는 보고는 거의 없었다. 다만 2009년 12월 억류됐던 로버트 박씨는 성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에는 외국인 신병처리 매뉴얼이 따로 없지만 배씨 일행이 소지했던 동영상의 출처 등을 추궁하는 ‘북한식’ 심문이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상목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