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한 명 자살하면 600명 뒤따라… 고위험군 500만명 관리 급하다

입력 2013-01-08 21:41


“나도 따라 죽었어야 했나요?” 지난 6일 배우 최진실씨의 전 남편이자 야구스타 조성민씨의 자살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자살예방협회 하규섭(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전문의) 회장은 상담치료를 받던 환자들로부터 이런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환자 대부분은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 유가족. 그들은 유명인 자살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살아남은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 유가족을 일반인보다 자살 가능성이 4.2배 높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한 명의 자살이 남은 가족 5∼10명에게 자살충동을 느끼도록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자살자 1만5900여명(2011년 기준)의 5∼10배인 8만∼16만명이 자살 고위험군에 편입되는 셈이다.

하 회장은 “자살 유가족과 20만∼30만명의 자살 시도자,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들까지 대략 500만명의 사람들이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런 이들에게 유명인의 자살 소식은 특히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자살이 모방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은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살예방협회가 통계청의 데이터를 분석해 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05년 이후 5명의 유명 연예인 자살 이후 2개월간 평균 606명이 더 많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320명에서 1000여명까지 유명인 자살에 영향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유명인 자살이 자살방식에 대한 모방으로도 이어진다. 2008년 연예인 A씨 사건은 대표적이다. 전체 자살건수 중 A씨가 사용한 자살방식이 사용된 비율은 한 달 만에 44%에서 66%로 크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수법까지 본뜬 모방자살이 일어나는 건 상세하고 자극적인 언론보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하 회장은 “언론의 보도태도는 모방자살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자살이유와 방식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묘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