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는 못들겠어요” 장미란 은퇴… 역도 그랜드슬램 등 불멸의 기록 남겨

입력 2013-01-08 19:03


‘굿바이! 여자 헤라클레스’

세계 최고의 여자 역사(力士) 장미란(30·고양시청)이 살아있는 역사(歷史)로 물러났다. 장미란의 아버지 장호철씨는 “장미란이 현역 은퇴 결심을 굳히고 10일 고양시청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연다”고 8일 밝혔다. 은퇴 이유와 향후 활동 계획은 기자회견에서 밝힐 예정이다.

장미란은 2009년 전성기를 누린 후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세계 여자 역도사에서 두 번 다시 나오기 어려운 선수라는 찬사를 들었다.

장미란은 여자 역도 최중량급(+75㎏)에서 2005, 2006, 2007,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하는 등 무려 5년 동안 세계 여자역도를 지배했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 모두에서 세계 기록을 세우는 괴력을 발휘하며 우승했다. 당시 은메달을 딴 올라 코로브카(우크라이나)의 합계 기록은 장미란에게 무려 49㎏나 뒤처진 277㎏에 불과했다. 또 이듬해인 2009년 고양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미란은 용상에서 세계기록(187㎏)을 세우는 등 합계 323㎏을 들어 올려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합계 311㎏으로 정상에 올라 세계선수권,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여자역도의 체급이 현재처럼 굳어진 1998년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와 올림픽 우승, 준우승 등의 대업을 이룬 여자 선수는 장미란 밖에 없다.

장미란은 그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잔 부상에 시달리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예들에게 밀리면서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2012년 런던올림픽 선전을 위해 그 전해 열린 세계선수권에 결장하고 올림픽 준비에 나섰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장미란은 아직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지만 국내 대회용 선수로 남기보다 세계 수준의 선수로서 정상의 자리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장미란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장미란 재단을 통해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고, 학업(용인대 박사과정)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