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책은 100m 아닌 마라톤… 방관자 없어야”

입력 2013-01-08 18:59


朴 당선인의 학교폭력 대책 모델인 핀란드 ‘키바 코울루’ 연구원 사나 허카마

“학교폭력을 추방하려면 이론이나 철학에 치중한 뜬구름 잡는 정책보다 현장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해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요.”

박근혜 당선인이 학교폭력 대책으로 주목하고 있는 핀란드의 ‘키바 코울루(KiVa Koulu·좋은 학교)’ 연구 책임자가 내한했다. 투르쿠대학교의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사나 허카마(34·여)씨는 8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단기 대책은 소용없다는 것이 핀란드에서 입증됐다”며 “학교폭력·왕따 해소는 100m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조언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전 국민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를 위해 학교폭력 예방 표준교육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겠으며 일정시간 이수토록 의무화할 것”이라며 “표준프로그램은 핀란드의 ‘키바 코울루’를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 개발과 적용’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사나 선임연구원을 서울 코엑스에서 만났다.

-키바 코울루를 요약하면.

“학교폭력·왕따를 근절하려면 ‘방관자가 없어야 한다’는 정신이 중요하다.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모든 학생들의 연대책임 하에 예방수업을 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학교폭력 예방 토의수업, 비디오 영상 수업, 소규모 그룹 활동 등을 실시한다. 다른 하나는 학교폭력·왕따가 발생했을 때 개인-그룹-학교의 ‘키바’ 팀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골자다. 학생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교사·학부모·학교당국·지역사회가 함께 개입한다.”

-만들어진 과정은.

“2006년 핀란드 교육문화부가 투르쿠대에 개발을 맡기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2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2009년까지 4년 가까이 현장의 실제 사례를 분석하고 평가를 거듭했다. 많은 데이터가 쌓였고 또래를 주축으로 한 정책이 학교폭력·왕따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효과는 어땠나.

“2011년 시행된 이 프로그램으로 핀란드에서는 학교폭력·왕따가 21∼63% 감소했다. 네덜란드, 미국 델라웨어주, 영국 웨일스 등지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도 (학교폭력 예방) 강의에 접목시키는 등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개발했기 때문에 현장에 잘 스며든다는 장점이 있다.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참여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또래 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조언을 한다면.

“키바 코울루는 장기 프로젝트다. 2006년 연구가 시작돼 2011년이 되어서야 현장에 적용했으며 지금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핀란드에서도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단기 대책이 쏟아졌고 모두 무위로 끝났다.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정책 당국이 단기 대책은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 한국에도 다양한 대책이 있는 것으로 안다. 경험상 많은 프로그램보다는 제대로 된 하나를 현장에 착근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