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졸속 결정 안돼… 기독교계 입장 충분히 들어야
입력 2013-01-08 21:34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굳히고 시기와 방법 등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계에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8일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해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은 이미 천명한 바 있다”면서 “종교인들도 같이 가야 되는 것 아닌가. 종교단체들과 만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여러차례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시사하며 종교계와 충분한 대화를 가진 뒤 결론짓겠다고 밝혔다.
교계에서는 종교인 과세 방침은 이미 정해졌고 시기와 방법 문제만 남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종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박근혜 당선인과 종교계의 반응을 떠보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교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과세를 받아들일 때가 됐다는 입장과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 신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 등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는 시늉만 하면서 교계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배인관 사무총장은 “성직자를 근로소득자로 보는 것은 종교인을 폄훼하는 것”이라며 “수익사업을 한다면 세금을 내야겠지만 교회사업은 비영리이므로 한기총은 종교인 과세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요셉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은 “교인들은 세금이 원천징수된 소득에서 교회헌금을 내기 때문에 헌금에서 지급되는 목회자 사례비에 세금을 부과하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며 “인수위가 이제 막 출범했는데 정권 말기의 정부가 간보듯이 종교인 과세 방침을 떠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제호 사무처장은 “과세 문제에 대해선 종교계와 충분히 협의해서 세부사항이 결정돼야 하며, 과세 결정이 종교계를 탈세집단으로 호도하는 기회가 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불가피하게 과세한다면 성직자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다른 세목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조세정의와 함께 가난한 목회자들을 돌보는 사회정의도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택 그리스도대 총장도 “목회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로 보고 과세하려는 것은 목회 사역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주요 교단들은 종교인 과세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구성한 목회자 납세 연구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예장합동 정치부도 최근 목회자세금납부연구대책위원회를 마련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종교인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내 입법예고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송세영 천지우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