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프트 파워’ 정책 힘 실리나… 오바마 2기 외교안보팀 수장 지명
입력 2013-01-08 18:4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외교안보팀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공화당 출신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을 차기 국방장관에,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각각 지명했다. 지난주엔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다. 헤이글 전 의원의 경우 의회 인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지만 낙마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민주당 진보파의 대표주자인 케리, 미 중서부 공화당 출신인 헤이글, ‘25년 CIA맨’으로 대테러전 드론(무인기) 공격 주창자인 브레넌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언뜻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모두 ‘군사개입 반대론자(disengager)’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외교군사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분석했다.
케리 의원과 헤이글 전 의원의 경우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통해 미국의 해외 군사개입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국력을 소진하는지를 체험했다. 헤이글의 경우 공화당 의원임에도 이라크전이 수렁으로 빠져들자 ‘전쟁 반대’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베트남전 당시 내가 살아남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위치에 오른다면 불필요한 전쟁을 피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이들 두 사람은 1기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리비아와 시리아 등 중동 분쟁에서 미국이 ‘발만 살짝 담그는(light footprint)’ 전략을 취할 것을 주장해 왔다. 브레넌의 ‘드론 활용론’도 미군의 인력·물질적 자원 동원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 두 사람의 무력개입 회의론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새 외교안보팀이 들어설 경우 현재 미국의 최대 안보외교 숙제인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무력개입보다는 대화나 전통적 외교를 통한 해결책에 무게가 실릴 것임을 의미한다. 헤이글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에도 찬성 입장을 밝혀 왔다. 국방장관에 취임하면 국방 분야 군살빼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군사력 불개입주의’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개입(engagement)’과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미국 군사력 철수에 따른 힘의 공백이 지역 불안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취임 당시 천명했던 미국의 가치에 대한 강조와 전통적인 우방에 대한 설득 등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기반한 외교정책을 앞으로 적극 실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 외교안보팀 지명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자 조지 W 부시의 외교안보 정책과 결별을 선언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백악관에서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으로 활동하며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 살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브레넌이 CIA 국장을 맡게 된다면 부시 행정부부터 이어진 테러 대응의 큰 흐름이 바뀐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대테러 부문 백악관 자문위원으로 일한 브루스 리델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정부의 새 외교안보 3인방에 대해 ‘이란에 쳐들어가자 팀’이 아닌 ‘군사행동의 대안을 찾자 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