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석] 일자리 창출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3-01-08 18:34
우리가 상대적으로 좀 낫다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가 쉬운 일이었다면 모든 나라가 고실업에 이렇게 오랫동안 고통을 겪고 있을 리 없다. 경제정책의 최대 과제이자 경제학의 최대 난제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정치 계절에 국민들은 고통 없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가지게 됐다. 그런 환상 중 하나가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지키고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 덜 하는 만큼 덜 받아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은 외면했다.
일자리를 나눈다는 것은 한 사람이 해도 될 일을 두 사람이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가 어려울 때 임시 처방은 될지언정 모든 사람을 잘살게 하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려면 오히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한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정확하게 그 과정이었다.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 데 왕도나 묘방은 없다.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그리고 일거리는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생긴다. 일거리도 없는데 일자리를 억지로 늘리려니까 한 사람이 해도 되는 일을 나누자고 하고, 필요도 없는 일을 만들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자고 한다. 이렇게 늘어나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도 아니고 나라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일거리가 늘어도 일자리가 안 생기는 이유, 즉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이유는 일거리가 늘어도 고용주들이 사람 쓰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더 쓰는 것보다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사람이라도 고용해 본 사업자라면 영세사업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자명하다. 일거리를 늘리되 고용주들이 사람 쓰는 것을 꺼리지 않도록 해주면 된다. 이 당연한 원리를 외면하고 온갖 규제와 편법으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니 일이 더 꼬이는 것이다.
세금 퍼주기식 대증요법이나 기업 부담을 늘리는 규제로는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소득은 시장에서 얻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온갖 규제로 고용비용을 높이고, 투자를 억제하고, 시장거래를 규제하면 그만큼 일자리와 소득창출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도 안타까운 일이고,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조건도 개선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차별을 불법화하고 비정규직을 불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노동시장에 공급이 과잉인 상태에서 아무리 법과 규제로 차별 시정, 비정규직 해소를 외쳐봤자 더 은밀한 형태로 차별과 불완전 고용은 나타날 것이다.
지난 1년 사이에 45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그런데 늘어난 일자리가 대부분 나쁜 일자리여서 문제라고 한다. 그런 일자리는 아예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래서 나온 조치들이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고 창업을 제한하고, 기업마다 비정규직 비율 목표치를 정해 강제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일자리가 만들어지겠는가. 빵집이나 커피점이라도 해보겠다는 사람들의 창업을 막고, 그나마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없애버리게 될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각종 고용 관련 규제들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집중되어 있고, 일자리를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높일 수 없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줄이고 새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막는 우를 범하고 있다. 우선 일자리부터 많이 만들고, 만들어진 일자리의 질을 차차 높여야 한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서 사람이 귀해지면 차별도 비정규직도 저임금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