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지형은] 공교단이 이끌어가야 한다

입력 2013-01-08 18:41


한국 기독교 연합기관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지난 3일 제24회 정기총회에서 ‘류광수의 다락방전도운동’에 대해 “전문위원의 연구 검증 결과와 공개청문회를 거쳐 심의한 결과 이단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두고 교계에서 논란이 심하다. 심각한 문제점도 몇 가지 있다.

우선은 최근 한기총의 행보가 기독교 전체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이고, 이런 상황에서 교계 전체와 연관된 아주 민감한 사안을 성급하게 처리했다는 점이다. 한기총이 한국교회에서 어느 정도 집단 대표성이 있는 기관으로서 이런 방식의 처리가 가져올 파장을 깊이 고려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단 판정은 교단이 해야할 일

신앙과 진리에 대한 기독교의 공적인 측면으로 보면 1996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이 총회에서 다락방을 이단으로 판정했고 뒤이어 10여개 공교단이 다락방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현재 한기총의 리더십은 합동 측이 중심이다. 무엇보다 합동 측이 이에 대한 공교단적 입장을 공표해야 한다. 그리고 다락방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다른 공교단도 조속하게 공적으로 입장을 밝혀 교계의 혼란이 커지지 않게 해야 한다.

차제에 한국 기독교 전체와 연관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기독교의 리더십이 공교단 중심으로 구성되고 발휘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주제가 된 이단 판정도 그렇다. 기독교 역사와 신학으로 보면 이단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연합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 각 교단마다 신학과 교리에서 차이가 있고 어떤 때는 차이가 아주 클 수도 있다. 심지어 어느 교단은 이단으로 보는데 다른 교단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공교단들에서 이단 문제에 대해 이 정도로 편차가 심하지 않은 점은 감사할 일이다. 아무튼 이단에 대한 교리적이고 공교회적인 판정은 교단의 역할이다.

최근 한국 교계에서 가장 크게 두드러진 부정적인 문제점은 연합기관과 관련된 일이다. 한국교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된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신학적이고 성경적인 가르침으로 볼 때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라는 점에서 마땅히 그렇다.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현실적인 면에서 볼 때 기독교가 나라와 민족을 이끌어가려면 그래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어떤 방식으로 통일된 대표성을 가져야 하는가.

공교단이 중심이 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공교단이라는 표현 자체가 애매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신학교육 기관을 가진 교단으로 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교단들은 이런 공교단적 구조와 호흡을 맞춰야 할 것이다. 현재 기독교의 세 연합기관인 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모두 공교단에서 파송되는 대표들에 의해서 구성된다. 그러나 그런 연합기관의 마당에서 독자적인 ‘권력의 정치판’이 벌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고, 더 심각한 것은 그런 정치판이 공교단의 건강한 정치적 관리를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교단장이 한국교회 대표해야

공교단마다 교단장이 있다. 교단장들이 모여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식의 순번제로 대표자를 세워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게 하면 바람직하리라 생각된다. 현재의 세 개 연합기관은 제한된 방식으로 나름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기총이나 한교연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공교단이 한국교회를 이끌어가게 하는 것이다. 기독교 영역의 제반 문제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고 결국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는 공교단이다. 어차피 책임적인 존재이니 대표하는 역할도 제대로 맡아야 한다. ‘교단장협의회’에 대해 신학자들과 현장 교회 지도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한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