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中國夢

입력 2013-01-08 18:41


새해 중국의 화두는 단연 ‘중궈멍(中國夢, 중국의 꿈)’이다. 언론 매체나 인터넷은 온통 중궈멍을 말하느라 바쁘다. 중궈멍이 유행어가 된 데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달 29일 오전 천안문(天安門) 광장 옆 국가박물관 내 ‘부흥의 길’ 전시장. 그는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6명과 함께 이곳에 나타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중국의 꿈”이라고 천명했다.

중화민족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시해 놓은 곳에서 행한 이러한 발언은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다음날인 30일 ‘시진핑 총서기, 중국의 꿈을 말하다’라는 제목과 함께 그의 연설 내용을 실었다. 인민일보 새해 첫날 사설 제목은 ‘우리 다함께 꿈을 이루자’였다. BTV(베이징TV)는 ‘꿈과 함께 날자’라는 신년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베이징인민라디오는 “서민에게 중궈멍이란 하루하루 탈 없이 살아가는 것”이라는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중궈멍은 마침내 지난 5일 전국에서 180만명이 응시한 대학원 입시 문제로 출제되기에 이르렀다. 정치 과목에서 시진핑의 중궈멍 연설 내용을 지문으로 제시한 뒤 “왜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근대 이래 중화민족의 가장 위대한 꿈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나온 대학 교수는 “현재 모든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말하는데 이것은 아주 위험한 현상”이라며 “중국의 미국화는 중국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계는 이제 다른 한 가지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궈멍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 자신만만한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집으로 배달된 주간신문 남방주말(南方週末) 1월 3일자는 12쪽짜리 중궈멍 특집을 싣고 있었다. 1면 제목은 ‘꿈을 좇다(追夢)’였다. 2면에는 ‘우리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꿈에 접근해 있다’는 제목의 신년 헌사(獻詞)가 들어가 있었다. 헌사 위에 자리잡은 삽화에는 쑨원(孫文)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덩샤오핑(鄧小平) 등의 얼굴이 그려져 자못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광둥성 당국이 1면과 2면에 손을 대는 바람에 제목과 내용이 크게 틀어진 게 문제였다. 특히 1면 기사에서는 시작 부분부터 ‘팩트’가 틀리게 나가는 창피스런 일이 발생했다. ‘우임금의 치수(治水)’를 얘기하면서 ‘4000년 전’을 ‘2000년 전’으로 잘못 고친 것이다. 2면 신년 헌사의 원래 제목은 ‘중국의 꿈, 헌정(憲政)의 꿈’이었다. “새 지도부의 미래에 난관이 예상된다”는 내용도 빠졌다.

남방주말 기자들은 파업에 들어갔고 파문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미 국무부도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 시간에 “미국은 일관되게 언론 자유를 지지해 왔다”면서 “언론 통제와 뉴스 검열은 중국이 건설하려는 현대화·정보화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내 주류 언론들은 남방주말 사태가 ‘언론은 당의 선전도구’라는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도 파업 사태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분명한 건 이웃 나라 중국이 꿈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꿈의 내용이 서로 좀 다를 순 있어도. 이 대목에서 궁금해진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한민국의 꿈’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