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과 괴리된 입양특례법 하루빨리 보완하라

입력 2013-01-08 18:41

단 한명도 상처받지 않도록 허점 바로 잡아야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버려지는 아이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국민일보 보도 이후 입양부모, 입양단체 등이 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입양아동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법을 바꿨으나 오히려 갓 태어난 아이를 유기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불법 입양을 시도하는 등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1년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보완한 입양특례법은 1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개정 당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아이를 입양하려면 친부모나 후견인의 입양동의서, 양부모가 될 사람의 가정환경조사서 및 범죄경력조회서 등 서류를 갖춰 법원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고, 이는 입양아동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사실 법 개정 이전 우리나라의 입양제도는 문제가 심각했다. 두 명이 보증을 서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으로 입양이 가능해 잘못된 입양이 적지 않았다. 장애아동을 입양한 뒤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고 앵벌이를 시키거나 폭행을 일삼는 ‘악마 양부’ 사건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입양 후 친자식을 낳거나 형편이 어려워지면 양자관계를 끊는 파양(罷養)도 속출했지만 대책이 없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 친부모를 찾기 위해 돌아왔으나 기록이 없어 좌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가 ‘입양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아동의 권리’라는 개념을 확립하고 입양특례법을 공포, 시행한 것은 잘못된 입양문화를 바로잡는 첫 걸음으로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시행된지 수개월 만에 법을 개정할 때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친부모가 입양 전 의무적으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입양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된 조항이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대부분 미혼모들이 가족관계부를 누군가 보거나 입양에 실패하면 평생 아이가 호적에 남는다는 걱정 때문에 아이를 버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출생신고 절차 대신 친부모가 인적사항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이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법원에 입양 전담 재판부를 신설할 필요도 있다. 전담 판사가 처리한다면 잘못된 입양을 막기 위한 심사를 더욱 꼼꼼하게 할 수 있고, 심사기간 및 친부모와 양부모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소중한 일이다. 물론 아이는 친부모가 키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입양제도를 정비하는 것만큼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친부모가 키울 여건이 도저히 안 되는 아이들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그렇기에 “좋은 제도이니 정착될 때까지 일부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정부는 입양특례법 시행 후 제기되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하루빨리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