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예결위를 상임위로 전환하길
입력 2013-01-08 18:39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를 비롯해 예산심사 제도를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예결위 상설화를 통해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예산심의 과정에 대해 국민 앞에 바람직한 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때 공약한 예결위 상설화 등 과감한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해를 넘겨 처리된 2013년 예산이 국회가 아닌 호텔에서 속기록조차 없이 졸속으로 심사된 것은 물론 국회의원들의 민원성 지역 예산을 ‘쪽지’를 통해 대거 반영한 데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여야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예결위가 운영되는 구조를 보면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다. 예결위는 통상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10월초부터 가동된다.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다. 300조원이 넘는 한 해 나라 살림살이를 두 달 만에 심사해야 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이뤄지기 십상이다. 정기국회까지 겹쳐 있어 더욱 그렇다. 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 시점을 앞당기는 등 국회가 1년 내내 예산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결위원들은 다른 상임위를 겸하고 있다. 예결위가 일반 상임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결위원들이 회의가 열려도 예산 심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역구 사업 챙기기에 급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산심사 때 필요한 전문성과 객관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예결위의 상설화 수준을 넘어 상임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상임위로 전환되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예산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돼 국가재정 건전성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상임위화와 함께 예산심사 전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는 일도 절실하다. 예산처리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국회의원 세비를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벌칙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함께 검토하기 바란다.
여야는 1월 임시국회에서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결위 상설화나 상임위화는 야당이 제기해온 단골메뉴 중 하나로, 정치권에서 오래 전부터 논의됐으나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은 과제다. 예결위가 상임위로 바뀌어 예산 편성 단계부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일차적 요인이다. 여당은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과잉견제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슬며시 꼬리를 내리곤 했다. 여야가 이번엔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