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떠남, 선하신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순종

입력 2013-01-08 18:20


저자와의 만남

‘내려놓음’ 이어 ‘떠남’ 병상 출간 이용규 선교사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47) 선교사는 지난해 12월 21일 수술을 받았다. 췌장에 생긴 종양 제거 수술이었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된 종양이었다. 수술하지 않고 치유되기를 기도했지만 결국 수술을 하게 됐다. 하나님은 수술을 통해서도 무엇인가를 알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수술대 위에선 모두가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 수술대 위에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깨닫기 마련이다.

수술을 받는 그날 이 선교사의 책 ‘떠남’(규장)이 나왔다. 몽골에서의 선교 사역을 마치고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인도네시아로 떠났던 그의 여정이 나온다. 그는 전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떠남을 ‘내 인생의 가장 담대한 순종’이라고 표현했다. 이 선교사 인생 가운데 던져진 메시지는 히브리서 11장 8절.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으로 나아갈 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나는’ 그 결단을 하기 위해선 믿음의 대상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필요하다.

이 책에는 ‘떠남’이란 키워드를 통해서 이 선교사 자신을 인도하신 ‘선하신 하나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란 시편 34편 8절 말씀도 책의 전체를 흐르는 주제다.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이 선교사의 책 ‘내려놓음’에선 서울대를 나오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양양한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몽골로 떠난 이야기가 나온다. 몽골에서 이 선교사는 몽골국제대학교 부총장으로서 기독교대학이 굳건하게 서는 데 기여했다. 이 책 ‘떠남’에서는 몽골에서의 모든 사역을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영적인 번지점프’를 통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간 그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지난 3일 서울 모 병원에 입원 중인 이 선교사를 만났다. 그 전에 약속을 잡기 위해 통화할 때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췌장의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했지만 이후 급작스레 폐렴이 찾아오고 췌장액이 다시 새기 시작했다. 췌장액이 워낙 산성이 강해 일단 새면 통증이 극심하다. 병원에서 만난 이 선교사는 맑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날 오후에 내시경 검사를 통해 재수술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병원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이 힘드실 것 같네요.

“지난 며칠 동안 절정의 고통을 맛보았어요. 과거에도 수술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 아픔은 특별한 아픔이었습니다. 약이 워낙 강해 구토를 하는데 온 몸의 세포가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밤에 한 숨도 못자고 날 밝기를 기도하기도 했고요. 이젠 ‘하나님 꼭 이렇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어떤 것이든 하나님의 선한 뜻이 이뤄지기 바랍니다’라고 기도해요. 빠른 회복이 좋은 것이긴 하지요. 그러나 그것조차도 하나님 뜻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고통 가운데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길 또한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고통 가운데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나요.

“죽음의 문제는 조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미 죽음에 대한 부분은 오래전에 정리되었기 때문입니다. 몽골서 죽음을 워낙 가까이서 많이 보았기에 나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늘 묵상했습니다. 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내도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만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고 있기에….”

이 부분에서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고 있기에”라고 말하는 이 선교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그분은 선하디 선하신 분이시지요. 그분을 생각만 하면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눈시울이 붉혀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내면 깊숙한 데서부터도 왈칵 솟아오르는 것이 있었다.

“선하신 하나님을 알면 병실에서도 사람들을 축복할 수 있습니다. 병실에 있는 분들, 한국교회를 자연스레 축복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하나님이 축복하는 마음을 주셔야 축복할 수 있습니다. 말로 축복한다고 해서 축복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그 하나님의 선하심을 어떻게 하면 깊이 인식하며 살 수 있을까요.

“그분의 선하심을 자꾸 맛보아야 합니다. 그 선하심을 사모해야 합니다. 사모함이 재산입니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라고 성경에 나와 있잖아요. 일단 맛을 보고 나면 중독성이 있기에 계속 그 맛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심에 중독되어야 합니다.”

-떠남이란 무엇일까요.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리적 환경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보다는 자기가 지닌 기존 생각이나 가치관, 관념 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공과 안전에 대한 집착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중요한 떠남이지요. 지금 당장 직장에서 나오고, 갖고 있는 집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어떤 분에겐 그런 의미일 수도 있지만… 떠나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을 열심히 찾아야 합니다. 선하신 하나님에 대한 신뢰 없이는 진정한 떠남을 시도할 수 없습니다.”

이 선교사는 일상에서 작은 부분이라도 순종의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금씩 믿음의 실천을 하다 보면 나중엔 상상하지 못했던 떠남, 순종의 결단을 할 수 있다는 것.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할 때는 설령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할지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유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믿는 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요.

“하나님이 부르신 목적대로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목적은 자신과 연합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분과 동행하는 것, 그분의 거룩함을 입는 것이 가장 소중합니다.”

고통 속에 있음에도 이 선교사의 얼굴은 정갈했다. 미소는 환했다. 이 기사를 쓰기 전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상태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의사가 상정하는 가장 힘든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했다. 진퇴양난. 이 선교사의 상태를 압축하는 말이다. 그는 자연적으로 치유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화기에서 들리는 그의 말은 너무나 평안했다. 지금 이 선교사를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

글·사진=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