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의 듣는 컴퓨터, 거실로 꺼내 놓으세요”… 겨울방학 우리 아이 제대로 공부 시키기

입력 2013-01-08 21:25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우리 아이, 정말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요?” 방학을 앞둔 지난해 12월 학원에 가지 않고 인터넷 강의를 신청해 혼자 공부하겠다는 중학생 아들이 기특해서 가슴 뭉클했다는 김수정(42·서울 불광1동)씨. 하지만 요즘 공부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서 김씨는 자꾸 불안해진다. 헤드폰을 쓴 채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양이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뭘 하는지 엿보기 위해 간식을 준비해 들어가면 아들은 ‘놓고 가라’고 손짓만 한다. 그리고 잠시 뒤 나와서 볼멘소리로 “강의 듣다 맥 끊기면 다시 들어야 하는데 엄마는 자꾸 방해한다”고 투덜거린다.

겨울방학이 한 달 이내로 짧아지자 학원 대신 인터넷 강의(인강)를 택하는 수험생이 급증하면서 김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학습 컨설턴트들은 “인강은 자기주도학습의 지름길이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면서 인강을 듣는 컴퓨터는 무조건 거실로 꺼내 놓으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자기주도학습연구회 정철희 회장은 “컴퓨터를 거실에 놓을 때 모니터는 가족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강의를 듣는 자녀가 가끔 멀리 바라볼 수 있게끔 앞쪽 시야가 트인 곳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했다. 거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하면 집중이 안 된다고 할 게 뻔한 일이다. 정 회장은 거실을 서재로 꾸미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엘티엘코칭연구소 엄연옥 소장은 “인터넷 강의는 거실에서 부모가 있는 시간에 듣게 하라”고 한술 더 뜬다. 최근 ‘똑똑한 인강학습법(한스미디어)’을 펴내기도 한 엄 소장은 “1년 이상 인강을 잘 들어 컴퓨터를 아이 방에 넣어줬다 동티가 났다는 부모의 하소연도 들었다”면서 수시로 뜨는 게임 등의 팝업창 유혹을 아이들이 이겨내기는 매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한눈을 팔지 않는다고 해서 인강을 잘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정 회장은 “수시로 아이가 필기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당부했다. 인강을 TV드라마나 오락 프로 보듯이 보기만 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기를 하라’고 당부해도 자녀가 잘 하지 못한다면 초등학생의 경우 듣기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엄 소장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인강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데 이 또래 아이들 중에는 듣기훈련이 제대로 안 된 아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먼저 엄마가 말하는 것을 받아 적는 훈련을 통해 듣기 능력을 기른 다음 인강을 듣게 하라고 일러 준다.

거실에 컴퓨터를 꺼내놓고 지켜봐도 여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목표 의식 없이 시작했다면 아무리 다그쳐도 제대로 공부가 될 리 없다”고 지적한 정 회장은 “강의 듣기를 중단하고 아이에게 학습 목표를 세우게 하고, 매일 할 학습 분량도 정해 주라”고 당부했다. 학습 분량은 자녀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정하는 게 효과적이다.

자녀 성향에 따라서 지도 방법도 달라야 한다. 엄 소장은 “산만한 스타일이라면 강의 계획을 세분화하고, 수업들을 때 집중할 수 있는 목표 시간을 정해주고, 필기할 것이 생기면 강의를 멈추게 한 뒤 적게 하라”고 조언한다. 산만한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자세가 불안정하므로 강의를 들을 때 자세교정을 해주고, 핵심정리를 찾아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사용해 따로 정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이끌어 준다. 또, 자녀가 강의를 멍하게 듣기만 한다면 강의를 세분화해 중간마다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고, 학습 내용을 수시로 말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인강도 예습, 노트 필기를 하면서 집중해서 듣기, 문제 풀기를 통한 복습의 3단계가 갖춰져야 학습효과가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자녀가 듣고 있는 인강이 선행학습이라면 들어야 할 인강의 해당 부분을 교과서에서 찾아 읽어보게 하고, 잘 모르는 개념어를 이해한 다음 인강을 듣게 하라”고 했다. 엄 소장은 “별도의 문제집을 마련해 줘 강의를 들은 다음에는 반드시 문제를 풀어보게 하고, 틀린 것은 그 내용을 이해하도록 이끌어 주라”고 말했다.

올겨울 방학, 인강을 자녀가 선택했다면 부모는 인터넷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혹에 자녀가 빠져들지 않도록 파수꾼 노릇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해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인강의 효과를 200% 누릴 수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