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보물
입력 2013-01-08 18:14
우리나라의 국보 제1호는 숭례문 즉 남대문이며, 보물 제1호는 흥인지문으로 동대문이라고도 불립니다. 국가가 지정한 보물을 비롯해서 세상에는 많은 보물이 있습니다. 객관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보물처럼 생각되는 소중한 것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보물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매우 소중하게 보관됩니다. 몸에 두르고 다니거나 관람시키는 것도 소비의 한 형태이긴 해도 일반적인 소비와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이런 보물 이야기나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보물은 무엇일까를 말하고 싶습니다. 금고에 보관하고 온갖 첨단 경비시스템을 동원해 지켜야 하는 보물들은 진정한 의미의 보물일 수 없습니다. 그것들은 분명히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를 지닌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보물은 그것을 사용해 배고픈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는 밥이 되고, 목마른 누군가에게 마실 물이 되고, 추위에 떠는 사람을 따듯하게 입힐 옷이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 힘이 되고 공부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되는 것이 진정한 보물입니다.
‘하늘에 쌓아두는 보물’이란 내게 주신 물질을 선하게 쓴 것의 총칭입니다. 소유를 팔아 구제하라고도 하셨습니다. 소유하고 있을 때는 보물이 아니었는데 그것을 팔아 누군가에게 베풀고 나니 비로소 보물이 되는 것입니다. 금고에 보관된 금괴는 보물이 아닙니다. 몸에 두른 귀금속, 다이아몬드가 보물이 아닙니다. 그것을 팔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기 시작할 때 그것들은 비로소 보물로 반짝거리게 됩니다.
교회에는 보물이 많습니다. 성도들이 헌금한 돈을 통장에 쌓아두지 않고 그것으로 북한을 먹이고, 지구촌 곳곳에 물이 없는 곳에 우물을 파주고,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암수술을 해주는 일을 하니 보물입니다.
금고가 아닌 가슴에 보물을 품읍시다. 하늘에 쌓아둔 결코 사라지지 않는 보물, ‘허비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보물이 많아지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그런 보물들로 인해 아름다워집니다.
우리나라의 나눔 수준은 아프리카 수단 정도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보았습니다. 세계 40위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좀 나아진 것이 이 정도입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기부도 사실상 회사돈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세계 몇 위의 경제대국이라고 하는데 나누는 부분에서는 참 보잘 것 없습니다. 번쩍거리는 보석이나 금덩어리가 아닌 참된 보물을 누리고 그것을 유산 삼읍시다. 추위에 얼어 죽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보물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자녀들에게 최고의 보물을 상속하는 것입니다.
<산정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