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미래 10년의 중국과 세계’ 토론회 “中, 군사력 무장 가속… 해외보다 국내서 난제 직면”

입력 2013-01-08 22:09


“미국은 도로 입구에 있지만 중국은 도로 위에 있다.”

팡닝(房寧) 중국사회과학원 정치학연구소장은 “미국은 지금 노선갈등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새 지도부는 현 체제 속에서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비유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지난 연말 개최한 ‘미래 10년의 중국과 세계’라는 대토론회에서였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국제관계, 경제, 정치, 군사, 문화 등 7개 분야에 걸쳐 중국 내 학자, 전문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은 향후 15년 또는 20년 이내에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아시아에서 유지해야 한다”거나 “앞으로 ‘전 세계 투자·생산·판매 및 서비스’라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필요로 하고 중국은 ‘세계의 꿈(世界夢)’을 필요로 한다”(왕이웨이 퉁지(同濟)대학 초빙교수)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 지식인 사회는 체제 내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긍정적 비전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글로벌 권력 이동

◇추수룽(楚樹龍) 칭화대학 국제전략 및 발전연구소 부소장=중국의 굴기는 수량에 있어서의 굴기일 뿐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굴기가 아니다. 앞으로 20∼30년 지나면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방어적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세계 경찰’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판웨이(潘維) 베이징대학 중국과 세계 연구중심 주임=‘글로벌 파워 시프트’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지위를 잃더라도 중국이 세계를 이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접하게 될 국제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간단하고 수월해질 것이다. 그 이유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큰 문제는 국제 환경에서가 아니라 국내에서 생기게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 간 전략적 상호 신뢰는 참으로 부족하다. 대국 사이는 원래 신뢰가 아니라 이익을 기초로 한 협력을 통해서 유지되는 법이다.

◇추이리루(崔立如)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장=중국은 ‘나무가 크면 바람도 많이 맞는’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에 처해 있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취싱(曲星) 중국국제문제연구소장=중국과 미국이 충돌을 빚거나 심지어 전쟁을 치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패도(覇道)가 아니라 왕도(王道)를 숭배했다. 패권을 추구할 실력도 갖추지 못했다.

경제 위기 이후 시대

◇장옌성(張燕生) 국가발전개혁위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원=향후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은 보호무역주의와 배타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특히 전 세계 투자, 전 세계 생산, 전 세계 판매와 전 세계 서비스를 추진해야 한다.

◇탄야링(譚雅玲) 중국외환투자연구원장=해외투자에 반대하지는 않으나 국내 시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

◇훠젠궈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장=신흥국들의 경제적 지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의 경제 구조 변화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에는 전략적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키포인트는 제조업에 있어서 새로운 경쟁력 우위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궈칭왕(郭慶旺) 중국런민대학 재정금융학원장=세계 경제는 앞으로 10년 동안 안정적인 성장기나 더딘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제조업 회귀를 선언한 것은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군사적 위험

◇친톈(秦天) 국방대학 과학연구부 부부장(소장)=대국 사이에는 상호 신뢰 구축이 어렵다. 진정한 협력도 최후에는 힘에 의존하게 된다. 군사력을 키우는 것만이 군사적 위험을 막는 지름길이다.

◇양이(楊毅)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전소장(해군소장)=중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지만 위험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이 군사력을 재배치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들이 중국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상적 정치 체제

◇황핑(黃平)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장=경제 사회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정치 시스템이라면 그것은 좋은 체제라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말한 적 있다. 현 체제가 3억명을 빈곤에서 구해내고 1억명이 넘는 중산층을 형성한 것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뤼샤오보(閭小波) 난징대학 정치학과 교수=당과 전국인민대표대회 사이의 관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전인대는 헌법상 최고 국가권력기관이다. 당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부패 추방에 있어서도 전인대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장웨이웨이(張維爲) 푸단대학 초빙교수=중국이 서방식 다당제를 시행하면 재앙 수준이 될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대부분 기간은 일당제 체제였다.

◇다이샤오징(戴小京) 차이쉰(財訊) 미디어그룹 총재=인민들의 높아진 정치 참여 욕구에 맞춰 정치 체제가 바뀌지 않으면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 부패 문제도 정치 개혁을 통해 풀어야 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