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논리 개발에 3억이상 펑펑
입력 2013-01-07 21:56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부처 논리 개발을 위해 3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한 형사사법제도 확립을 위한 연구라는 게 명분이지만 서로 입맛에 맞는 과제를 선정해 아전인수식 해법만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경찰대 산학협력단에 ‘선진 수사구조 도입을 대비한 경찰 수사 시스템 개편 방향’이란 주제의 정책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됐고 연구비는 2300만원이 지급됐다. 경찰대 산학협력단은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수사·기소 분리’ ‘경찰의 1차적 수사권 인정’을 주장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한국헌법학회에 의뢰한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수사 단계의 신뢰성 보장 방안’(연구비 1900만원) 연구에서는 ‘경찰의 수사권이 곧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경찰 단계에서의 형사사법처분 도입에 대한 연구’(전북대·1374만원)에서는 ‘경찰의 수사종결권 부재로 인한 수사 구조의 문제점’이, ‘헌법상 영장청구권 문제의 실증적·처방적 연구’(경희대·968만원)에서는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 오남용 사례’가 다뤄졌다. 모두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제다. 경찰청은 지난해까지 12건의 관련 정책 연구에 2억여원을 썼다.
검찰 역시 방어 논리를 위한 정책 연구를 추진했다. 대검찰청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논의의 부당성에 대한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 원리에 부합한 검찰 수사 지휘체계’(강원대·1500만원), ‘수사 단계에서의 인권보호를 위한 검찰의 수사지휘권 정립 방안’(한국형사소송법학회·1500만원) 등의 연구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특성에 따른 검찰의 직접 수사 필요성에 대한 연구’(원주대·1500만원). ‘헌법상 검찰의 지위와 검찰권 이원화의 위헌성에 관한 연구’(서울대·1500만원)를 맡겼다. 검찰이 같은 주제로 진행한 정책연구 사업은 최소 6건 이상으로 1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재근 팀장은 “수사권 조정의 이해당사자가 정책연구 사업을 추진해 결론이 부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무총리실 등 제3의 기관에서 연구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